02.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에디아카라 생물군 — 캄브리아기 이전의 수수께끼 생명체들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지구 바다에는 어떤 생물이 있었을까.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약 6억 3500만 년 전부터 5억 4100만 년 전까지 존재했던 생명체들의 총칭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복잡한 다세포 생물의 기록이다. 이들의 정체를 두고 150년 넘게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이란 지금의 남호주 에디아카라 힐스에서 처음 발견된 고대 생물 화석군으로, 캄브리아기 이전 바다를 채웠던 납작하고 단순한 구조의 생명체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오늘날의 어떤 동물 범주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으며, 눈이나 입, 항문 같은 명확한 기관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동물인지 아닌지조차 불분명한 것들도 있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어디에서, 어떻게 발견됐는가
에디아카라 생물군의 첫 발견은 1946년 호주 지질학자 레그 스프리그(Reg Sprigg)가 남호주 에디아카라 힐스에서 이상한 원형 화석들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스프리그는 이것이 해파리 화석이라고 생각했지만, 학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서야 이 화석들이 동물계 전체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비슷한 시기, 영국 레스터셔의 차니 숲(Charnwood Forest)에서 학생이었던 로저 메이슨이 잎 모양의 기묘한 화석을 발견했다. 이것이 차르니아(Charnia)로 명명된 에디아카라 생물이다. 이후 러시아 백해 연안, 캐나다 뉴펀들랜드, 중국 남부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화석들이 발견되면서 에디아카라 생물군이 특정 지역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분포했던 생물 그룹임이 밝혀졌다.
이 화석들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해저 환경의 특성 때문이다. 에디아카라기 바다 밑에는 미생물 매트(microbial mat)라고 부르는 두꺼운 세균막이 깔려 있었다. 생물이 죽으면 이 세균막 위에 떨어져 빠르게 매트에 덮이거나 인상이 찍히면서 연질 조직도 화석으로 남을 수 있었다. 단단한 껍질이 없는 생물들이 화석으로 보존된 것은 이 특수한 환경 덕분이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의 정체는 무엇인가 — 동물인가 아닌가
에디아카라 생물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딕킨소니아(Dickinsonia)다. 고리처럼 분절된 납작한 타원형으로, 최대 1.4미터까지 자란 것도 발견됐다. 1940년대 이후 딕킨소니아가 무엇인지를 두고 동물설, 균류설, 해조설, 심지어 지의류설까지 제안됐다. 2018년 러시아 과학자들이 딕킨소니아 화석에서 콜레스테롤 유사 분자를 추출했다고 보고하면서 동물이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지만, 논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차르니아는 고사리처럼 생긴 잎 모양의 생물이다. 가지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프론드(frond) 구조를 보이며, 해저에 고착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먹이를 잡아먹거나 찾아다니는 행동의 증거가 없고, 광합성을 했을 가능성도 낮다. 주변 물에서 직접 영양분을 흡수하거나 공생 미생물로부터 에너지를 얻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트리브라치디움(Tribrachidium)은 세 방향 대칭 구조를 가진 원반형 생물이다. 현재 지구의 동물들은 거의 모두 좌우 대칭이나 방사 대칭 구조를 갖는데, 세 방향 대칭은 현재 어떤 동물에서도 볼 수 없는 구조다. 이처럼 에디아카라 생물군에는 현재 동물계의 어디에도 맞지 않는 독특한 체제를 가진 것들이 적지 않다.
일부 연구자들은 에디아카라 생물군 전체를 현재의 동물, 식물, 균류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생물 분류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독일 고생물학자 아돌프 자일라허(Adolf Seilacher)는 이들을 '벤도조아(Vendobionta)'라는 독립적인 분류군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이 분류가 학계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되지는 않았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왜 사라졌으며 캄브리아기 동물과 어떤 관계인가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캄브리아기가 시작될 무렵 화석 기록에서 사라진다.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절멸 가설이다. 캄브리아기가 시작되면서 등장한 포식자들이 이들을 먹어 치웠거나,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환 가설이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의 일부 계통이 캄브리아기 동물들의 조상이 됐다는 것이다.
두 가설을 명확하게 검증하기가 어렵다. 에디아카라 생물군 대부분이 단단한 껍질이 없는 연질 생물이어서 화석 기록이 불완전하고, 캄브리아기로 넘어가는 전환 구간의 화석 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캄브리아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잠시 공존했다는 증거도 있다. 이것은 두 세계의 전환이 완전히 급격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에디아카라기를 지배하던 생물들은 캄브리아기가 충분히 진행된 이후에는 화석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에디아카라 생물군과 캄브리아기 동물의 관계에서 명확한 것은, 에디아카라기가 동물 진화의 진정한 실험 무대였다는 점이다. 복잡한 다세포 생물의 첫 시도가 이 시기에 일어났다. 그 시도들이 모두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시기를 거치지 않았다면 캄브리아기의 폭발도 없었을 것이다.

마무리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동물이 세상을 지배하기 이전 지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창이다. 납작하고 느리고 단순했던 그 생명체들이 오늘날 동물계의 어떤 부분과 이어지는지, 혹은 전혀 이어지지 않는지를 두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한 채로도, 이들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복잡한 다세포 생물의 역사는 캄브리아기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긴 에디아카라기를 거쳐 조금씩 준비되어 온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모든 생물 진화의 배경에 있는 지구 화학적 사건을 다룬다. 약 25억 년 전,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를 극적으로 바꿔놓은 대산소화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생명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살펴본다.
▶ 이전 글: 캄브리아기 대폭발 — 5억 년 전 동물 진화의 빅뱅
▶ 다음 글: 대산소화 사건 — 25억 년 전 지구를 바꾼 산소 혁명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3.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대산소화 사건 — 25억 년 전 지구를 바꾼 산소 혁명 (0) | 2026.04.20 |
|---|---|
| 01.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캄브리아기 대폭발 — 5억 년 전 동물 진화의 빅뱅 (0) | 202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