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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기 미스터리

05.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눈의 진화 — 시각이 캄브리아기 폭발의 방아쇠였는가

05.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눈의 진화 — 시각이 캄브리아기 폭발의 방아쇠였는가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원인을 설명하는 여러 가설 중에서 눈의 진화를 중심에 놓는 이론은 독특한 설득력을 가진다. 산소나 광물 같은 비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라, 생물들 사이의 상호작용 자체가 폭발의 방아쇠가 됐다는 주장이다. 눈이 생겼기 때문에 포식자가 먹이를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됐고, 그 순간 지구 바다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바뀌었다.

눈의 진화가 캄브리아기 폭발과 연결된다는 가설은 고생물학자 앤드루 파커(Andrew Parker)가 2003년 제안한 것으로, 약 5억 4100만 년 전 처음으로 정교한 시각 기관을 가진 포식자가 등장하면서 포식-피식의 군비경쟁(arms race)이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이 경쟁이 단단한 껍질, 빠른 이동 능력, 위장 등 다양한 형태의 적응을 불러왔고, 그것이 동물 다양성의 폭발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캄브리아기 아노말로카리스 — 정교한 겹눈을 가진 최초의 적극적 포식자 복원도

빛을 감지하는 것에서 정교한 눈으로 — 시각 기관의 진화 경로

눈이 갑자기 뚝 떨어져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진화생물학에서 잘 확립된 사실이다. 시각 기관은 단계적으로 복잡해지면서 지금의 형태에 이르렀다.

가장 원시적인 시각 기관은 빛의 유무만 감지하는 안점(eyespot)이다. 단세포 생물인 유글레나도 안점을 가지며, 이것으로 빛이 있는 방향과 없는 방향을 구분해 광합성에 유리한 위치로 이동한다. 이처럼 빛을 감지하는 능력 자체는 동물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

안점이 오목하게 들어가면 빛의 방향을 더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오목한 정도가 깊어질수록 광원의 방향 정보가 더 정밀해진다. 오목부가 거의 완전히 닫혀 작은 구멍만 남으면 핀홀 카메라처럼 상의 초보적인 형태가 맺힌다. 여기에 투명한 액체나 렌즈가 생기면 더욱 선명한 상이 만들어진다. 이 단계들 각각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자연선택은 눈을 단계적으로 더 정교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스웨덴 생물학자 단-에릭 닐슨(Dan-Eric Nilsson)과 수잔 펠저(Susanne Pelger)가 1994년 수학적으로 계산했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빛을 감지하는 단순한 안점에서 척추동물 수준의 카메라 눈이 진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6만 4000세대다. 세대 기간이 1년인 생물 기준으로 36만 4000년이다. 지질학적으로 이것은 거의 순식간이다.

실제로 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핵심 유전자인 Pax6은 초파리, 오징어, 인간에서 공통으로 발견된다. 진화적으로 매우 멀리 떨어진 생물들이 같은 유전자를 사용해 눈을 만든다는 것은, 눈 형성의 기본 유전자 도구가 매우 이른 시기에 등장해서 그 이후 다양한 동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활용해 왔다는 것을 뜻한다.

눈의 등장이 캄브리아기 폭발을 촉발한 메커니즘

파커의 가설에서 핵심은 '런어웨이 상황(runaway situation)'이다. 포식자가 먹이를 정확히 볼 수 있게 된 순간, 피식자에게는 보이지 않으면 죽는 강력한 선택 압력이 생긴다. 단단한 껍질을 만들거나, 모래 속에 숨거나, 빠르게 헤엄치거나, 독을 만드는 등의 방어 전략이 자연선택의 표적이 된다.

그런데 피식자가 방어력을 높이면 포식자도 더 강력한 공격 능력이 선택된다. 더 강한 집게와 턱, 더 빠른 추적 속도, 더 정교한 감각 능력 등이다. 이것이 다시 피식자에게 더 강한 방어 진화 압력을 만든다. 이 상호작용이 한번 시작되면 양쪽 모두 끊임없이 더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끌려들어간다. 단순했던 에디아카라기의 세계가 눈 하나의 등장으로 전혀 다른 역학 구조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캄브리아기를 대표하는 포식자인 아노말로카리스(Anomalocaris)는 이 가설의 강력한 증거 중 하나다. 1미터 가까이 자란 이 동물은 당시 기준으로 거대한 포식자였는데, 정교한 겹눈을 갖고 있었다. 화석에서 발견된 아노말로카리스의 눈은 16,000개 이상의 낱눈(렌즈 단위)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겹눈 구조였다. 이 정도의 시각 해상도는 현재의 잠자리 눈과 비슷한 수준으로, 캄브리아기에 이미 고해상도 시각이 진화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겹눈 구조 비교 — 캄브리아기 삼엽충 겹눈과 현재 곤충 겹눈의 유사한 낱눈 배열

눈의 진화에 대한 반론과 현재의 평가

눈의 진화 가설이 설득력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캄브리아기 폭발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연구자는 많지 않다. 몇 가지 반론이 있다.

첫째, 캄브리아기 폭발이 일어난 시기가 눈의 등장보다 더 이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화석 증거는 복잡한 동물 그룹이 눈의 증거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다양화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경우 눈이 폭발의 유일한 방아쇠가 되기 어렵다.

둘째, 에디아카라기 말에 이미 일부 생물에서 이동 능력과 포식 행동의 흔적이 발견된다. 이것은 캄브리아기 이전에도 포식-피식의 상호작용이 어느 정도 존재했다는 것을 뜻하며, 눈의 등장이 완전히 새로운 상호작용을 시작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셋째, 눈의 진화 가설은 왜 '그 특정 시점'에 눈이 진화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눈의 등장 자체는 다른 요인들, 특히 산소 농도의 상승이나 해양 화학 조성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계의 평가는 눈의 진화가 캄브리아기 폭발의 중요한 촉매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단독 원인이라기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준비된 무대에서 폭발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눈의 진화 단계 — 안점에서 렌즈 눈까지의 시각 기관 진화 과정 다이어그램

마무리

눈이라는 기관 하나가 지구 생명의 역사를 바꿨다는 것은 과장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본다는 것이 가능해지자 먹고 먹히는 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압력을 가지게 됐다. 그 압력이 껍질을 만들고, 지느러미를 만들고, 더 빠른 근육을 만들고, 더 정교한 신경계를 만들었다. 볼 수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는 이 복잡한 동물들이 가진 강력한 에너지 엔진의 기원으로 넘어간다. 우리 몸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독립적인 박테리아였다는, 생명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공생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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