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07.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다세포생물의 출현 — 하나의 세포에서 복잡한 몸으로

07.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다세포생물의 출현 — 하나의 세포에서 복잡한 몸으로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단세포에서 다세포로의 전환은 혁명적인 사건이다. 단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이 수조 개의 세포가 협력하는 복잡한 몸을 만든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다세포생물의 출현은 한 번의 우연한 사건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지구 생명 역사에서 최소 수십 번 독립적으로 발생했다.

다세포생물이란 두 개 이상의 세포가 협력하여 하나의 개체를 이루는 생물을 말한다. 단순히 세포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세포들이 분화하고 협력하는 것이 다세포생물의 핵심이다. 인간의 몸에는 약 37조 개의 세포가 있으며, 이들은 피부세포, 신경세포, 근육세포, 혈액세포 등 200종이 넘는 서로 다른 유형으로 분화되어 각자의 기능을 수행한다.

 

다세포생물 진화 과정 — 단세포 생물에서 세포 군집, 세포 분화를 거쳐 복잡한 다세포로 발전하는 단계

다세포생물은 지구 역사에서 몇 번이나 독립적으로 등장했는가

다세포성(multicellularity)의 진화가 얼마나 여러 번 독립적으로 일어났는지를 알면 이것이 얼마나 진화하기 쉬운 특성인지 감이 잡힌다. 현재 연구에 따르면 다세포성은 동물, 식물, 균류를 포함해 적어도 25회 이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동물의 다세포화는 한 번의 단일한 기원을 가진다. 즉, 현재 지구상의 모든 동물은 공통의 다세포 조상으로부터 내려왔다. 이 공통 조상이 언제 등장했는지는 분자생물학적 시계 추정에 따르면 약 8억~1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것은 화석 기록에서 확인되는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다. 화석에서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동물 조직의 흔적은 약 6억 5천만 년 전 정도지만, 분자 데이터는 그 이전부터 이미 다세포 동물의 계통이 갈라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식물의 다세포화는 동물과는 독립적으로 일어났다. 녹조류 계통에서 시작된 육상 식물의 다세포화가 대표적이다. 균류도 독립적인 경로로 다세포화됐다. 갈조류, 홍조류, 점균류 등도 각자 독립적으로 다세포성을 진화시켰다.

이 반복적인 진화는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다세포성이 극히 희귀한 우연이 아니라, 충분한 세포 복잡성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경향이 있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진핵세포의 복잡한 내부 구조와 미토콘드리아가 주는 에너지 여유가 이 전환을 반복적으로 가능하게 했다.

세포들은 왜 혼자 사는 것을 포기하고 함께 살게 됐는가

단세포 생물이 혼자 사는 것보다 함께 사는 쪽이 더 유리해지는 조건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온다.

첫째는 크기의 이점이다. 여러 세포가 뭉치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어려워진다. 작은 단세포 포식자는 자기보다 큰 세포 집단을 삼킬 수 없다. 실험실에서 이 가설을 직접 확인한 연구가 있다.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라는 단세포 녹조류를 포식자와 함께 배양하자, 수백 세대 만에 세포들이 군집을 이루는 형태로 진화했다. 포식 압력이 다세포성을 선택한 것이다.

둘째는 분업의 이득이다. 모든 세포가 모든 기능을 다 수행하는 것보다, 각 세포가 특정 기능을 전담하는 것이 전체 효율을 높인다. 운동에 특화된 세포, 번식에 특화된 세포, 영양분 흡수에 특화된 세포가 각자 자기 역할만 하면 전체 유기체의 생존 능력이 높아진다. 이것이 세포 분화의 진화적 이유다.

그러나 분업이 가능해지려면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세포 유기체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진 채로 시작해서 서로 다른 세포로 분화한다. 어떤 세포는 뇌세포가 되고 어떤 세포는 근육세포가 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유전자 발현의 조절이다. 어떤 유전자를 언제, 어디서, 얼마나 활성화할지를 결정하는 복잡한 조절 시스템이 다세포생물의 출현과 함께 발달했다.

 

볼복스 — 분화가 시작된 초보적 다세포생물, 생식세포와 체세포가 분리된 구형 군체

다세포성의 가장 큰 대가 — 암과 세포 반란

다세포생물이 되는 것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다세포 유기체를 이루는 세포들은 원칙적으로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증식을 억제하며 협력한다. 근육세포는 자기가 원한다고 무한정 분열하지 않고, 신경세포도 마찬가지다. 이 협력이 무너질 때 일어나는 것이 암이다.

암세포는 다세포 유기체 내에서 전체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증식을 극대화하는 세포다. 이것은 다세포생물이 등장한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안게 된 문제다. 단세포 생물에게는 암이 없다. 각 세포가 곧 하나의 개체이므로 자기 복제를 극대화하는 것이 당연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세포 유기체에서는 개별 세포의 이기적 증식이 전체 유기체를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다세포생물들은 오랜 진화를 통해 다양한 암 억제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종양 억제 유전자들, 손상된 DNA를 가진 세포를 스스로 죽게 만드는 프로그램된 세포 사멸(apoptosis) 등이 그것이다. 인간의 경우 p53 같은 종양 억제 유전자가 세포 분열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다세포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 감시 시스템을 계속 작동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세포 분화 과정 — 단일 수정란에서 다양한 세포 유형으로 분화하는 발생 과정 도해

마무리

하나의 세포가 여럿이 되고, 그 여럿이 서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지구의 모든 복잡한 생명의 출발점이다. 이 전환이 우연이 아니라 반복해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충분한 조건만 갖추어지면 복잡한 생명이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향임을 보여준다. 그 조건 중 핵심이 진핵세포의 등장이었고, 진핵세포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미토콘드리아의 공생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시기 동물 진화의 기록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장소로 간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버제스 셰일, 캄브리아기 바다의 생명을 거의 완벽하게 보존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석 산지다.

 

▶ 이전 글: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박테리아였다 — 진핵생물 탄생의 비밀
▶ 다음 글: 버제스 셰일 — 캄브리아기 폭발의 화석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