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다섯 번의 대멸종 — 산소 농도가 생명을 멸종시키는 방법
지구 생명의 역사는 번성과 절멸의 반복이다. 수억 년에 걸쳐 다양해진 생물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로 사라지는 사건이 지금까지 다섯 번 있었다. 이 다섯 번의 대멸종(Big Five Mass Extinctions)은 지구 생명 역사의 방향을 각각 크게 틀었고,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지구 대기와 해양의 산소 농도 변화와 연결된다.
대멸종이란 지구상의 종 다양성이 짧은 지질학적 기간 내에 급격히 감소하는 사건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전체 해양 생물 종의 75% 이상이 소멸한 경우를 대멸종으로 분류한다. 현재까지 지질학적으로 공인된 대멸종은 오르도비스기 말(4억 4400만 년 전), 데본기 말(3억 7200만 년 전), 페름기 말(2억 52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2억 100만 년 전), 백악기 말(6600만 년 전)의 다섯 차례다.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과 데본기 말 대멸종
첫 번째 대멸종은 약 4억 4400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가 끝나는 시점에 일어났다. 해양 생물 종의 약 86%가 사라졌다.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곤드와나 대륙이 남극 지방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대규모 빙하 작용이다. 해수면이 크게 낮아지면서 얕은 바다의 서식지가 사라졌고, 급격한 기온 하강이 열대 및 온대 해양 생물에게 치명적이었다.
두 번째 대멸종은 약 3억 7200만 년 전 데본기 말에 일어났다. 해양 생물 종의 약 75%가 소멸했다. 데본기 말 대멸종의 원인은 여러 가설이 있어 아직 논쟁 중이다. 육상 식물의 급격한 팽창이 유력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식물이 육상에서 크게 번성하면서 뿌리가 깊어지고 토양이 발달했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유기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바다의 산소를 고갈시키는 해양 저산소화(ocean anoxic event)를 일으켰다는 가설이다. 저산소 환경에서 복잡한 생물들, 특히 물고기류와 산호류가 큰 타격을 받았다.
지구 최대의 멸종 — 페름기 말 대멸종
다섯 번의 대멸종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약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 말에 일어난 대멸종이다. 해양 생물 종의 약 96%, 육상 척추동물 종의 약 70%가 사라졌다. '대멸종 중의 대멸종(Great Dying)'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의 주요 원인은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 활동(시베리아 트랩)으로 추정된다. 수십만 년에 걸친 대규모 화산 분출이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을 대기에 엄청난 양으로 뿜어냈다. 이것이 지구 온도를 급격히 올리는 온실 효과와 함께, 산성비, 오존층 파괴, 해양 산성화를 일으켰다. 특히 해양의 산소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해양 저산소화가 대규모 해양 생물 절멸을 일으킨 핵심 메커니즘으로 지목된다.
이 대멸종 이후 생명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 약 1000만 년이 걸렸다. 페름기를 지배하던 수궁류(synapsid, 포유류형 파충류)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공룡의 조상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트라이아스기 말과 백악기 말 대멸종
네 번째 대멸종은 약 2억 1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에 발생했다. 해양 생물 종의 약 80%가 사라졌고, 이 대멸종이 공룡이 육상을 지배하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도 대규모 화산 활동과 관련이 있다. 현재 대서양이 처음 열리던 시기에 중앙 대서양 마그마 지역(CAMP)에서 화산 활동이 일어났고, 이것이 기후 변화와 해양 저산소화를 불러왔다.
다섯 번째이자 가장 유명한 대멸종은 약 6600만 년 전 백악기 말에 일어났다. 공룡을 비롯한 지구 생물 종의 약 75%가 사라진 이 사건의 원인은 현재 지름 약 10~15km짜리 소행성이나 혜성이 현재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충돌한 것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다. 충돌로 발생한 엄청난 먼지와 에어로졸이 태양빛을 수년간 차단해 광합성이 멈추고, 먹이사슬 전체가 붕괴됐다. 이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소행 포유류가 공룡이 사라진 빈자리를 채우며 진화적으로 폭발적으로 다양화했고, 그 계통 중 하나가 결국 인류로 이어졌다.

산소 농도는 대멸종을 어떻게 일으키는가
다섯 번의 대멸종 중 여러 사건에서 산소 농도의 변화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복잡한 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반대 방향, 즉 산소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도 멸종을 야기할 수 있다.
대산소화 사건(약 25억 년 전)에서 산소가 급증했을 때 당시 혐기성 생물의 대규모 절멸이 일어났다. 석탄기(약 3억 5900만~2억 9900만 년 전)에 산소 농도가 약 35%까지 올라갔다가 페름기에 갑자기 낮아졌다. 이 급격한 변화가 페름기 대멸종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양 저산소화는 특히 해양 대멸종과 반복적으로 연결된다. 바다의 특정 층에서 산소가 고갈되는 이 현상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바다가 더 잘 혼합되지 않아 깊은 곳에 산소가 전달되지 않는다. 육지에서 다량의 영양분이 바다로 유입되면 조류(藻類)가 폭발적으로 번성했다가 죽으면서 분해 과정에서 산소를 소비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저산소 구역(dead zone)에서 물고기, 산호 등 복잡한 해양 생물이 살아갈 수 없다.

마무리
다섯 번의 대멸종은 지구 생명이 얼마나 취약하며 동시에 얼마나 회복력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매번 생물 다양성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지만, 그때마다 살아남은 계통들이 비어진 생태적 공간을 채우며 새로운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공룡의 멸종이 포유류의 시대를 열었듯이, 파괴와 재건은 지구 생명 역사의 반복되는 패턴이다.
다음 편에서는 생명의 또 다른 큰 전환을 다룬다. 수억 년간 바다에만 존재하던 생명이 처음으로 육지로 올라오는 이야기, 생명의 육상 진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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