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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기 미스터리

06.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박테리아였다 — 진핵생물 탄생의 비밀

06.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박테리아였다 — 진핵생물 탄생의 비밀

우리 몸의 모든 세포 안에는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다. 이 작은 세포 소기관이 포도당을 태워 에너지로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는 자체 DNA를 따로 갖고 있고, 세포와 독립적으로 분열한다. 이상한 일이다. 왜 세포 안의 기관이 자체 DNA를 가지고 있을까. 그 이유는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독립적인 박테리아였기 때문이다.

진핵생물(eukaryote)이란 세포 안에 핵막으로 둘러싸인 뚜렷한 핵을 가진 생물을 말한다. 세균(박테리아)은 핵이 없는 원핵생물이고, 인간을 포함한 동물, 식물, 균류, 원생생물은 모두 진핵생물이다. 진핵생물의 특징 중 하나가 미토콘드리아이며, 이 미토콘드리아의 기원은 약 20억 년 전 서로 다른 두 세포 사이의 공생에 있다. 이것을 세포 내 공생설(endosymbiotic theory)이라고 한다.

 

세포 내 공생설 — 숙주 세포가 산소 호흡 박테리아를 흡수해 미토콘드리아로 진화하는 과정

세포 내 공생설 — 미토콘드리아가 박테리아에서 온 증거

세포 내 공생설을 처음 체계적으로 제안한 사람은 미국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다. 1967년 발표된 그의 논문은 처음에 수십 번 거절당했지만, 이후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됐다.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박테리아였다는 증거는 여러 가지다. 첫째, 미토콘드리아는 자체 DNA를 가지고 있다. 이 DNA는 핵 안의 DNA와 다른 환형(원형) 구조이며, 이것이 박테리아 DNA의 전형적인 형태다. 둘째, 미토콘드리아의 리보솜(단백질 합성 기계)은 세포질의 리보솜이 아니라 박테리아의 리보솜과 더 비슷하다. 셋째,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분열과 독립적으로 자체 분열(이분법)을 한다. 이것도 박테리아의 증식 방식이다. 넷째,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 서열을 분석하면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alphaproteobacteria) 계통과 가장 가깝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모든 증거가 가리키는 것은 하나다. 약 20억 년 전, 어떤 원핵세포가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를 집어삼켰는데, 소화하는 대신 세포 안에서 공생하게 됐다. 숙주 세포는 박테리아에게 영양분을 제공하고, 박테리아는 산소 호흡을 통해 만든 에너지를 숙주 세포에게 제공하는 상호 이득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후 수억 년에 걸쳐 원래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던 유전자 대부분이 숙주 세포의 핵 DNA로 옮겨갔다. 이 과정이 공생에서 종속으로, 그리고 결국 하나의 세포 소기관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오늘날 미토콘드리아에는 원래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게놈의 극히 일부만 남아 있다.

진핵생물의 탄생이 복잡한 생명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진핵생물의 등장은 생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로 꼽힌다. 박테리아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 약 20억 년 동안 지구 생명은 단세포 원핵생물이 전부였다. 그러다 진핵생물이 등장하면서 생명의 복잡성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섰다.

진핵세포가 원핵세포보다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세포 안의 구획화다. 핵막이 DNA를 따로 보호하고, 소포체, 골지체,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등 다양한 세포 소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분업한다. 이 분업 구조가 세포 하나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의 복잡성을 극적으로 높인다.

특히 미토콘드리아가 가져다준 에너지 효율의 향상은 결정적이었다. 진핵세포는 원핵세포보다 세포당 에너지 생산 효율이 크게 높다. 이 에너지 여유가 복잡한 유전자 발현 조절, 세포 분화, 다세포 조직의 형성 같은 비용 높은 과정을 가능하게 했다.

다세포 동물은 모두 진핵생물이다.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 균류도 마찬가지다. 즉, 캄브리아기 대폭발에서 등장한 복잡한 동물들은 모두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진핵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미토콘드리아 없이는 그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다. 세포 내 공생이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복잡한 동물의 역사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진핵세포와 원핵세포 비교 — 미토콘드리아, 핵막 등 세포 소기관의 차이

엽록체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 진핵생물의 두 번째 공생

세포 내 공생은 미토콘드리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식물과 조류(藻類)의 엽록체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약 15억 년 전, 진핵세포가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를 집어삼켰고, 이 박테리아가 세포 안에서 공생하다가 엽록체가 됐다.

엽록체도 미토콘드리아와 마찬가지로 자체 DNA를 가지고 있고, 그 DNA가 시아노박테리아와 가까운 서열을 보인다. 이분법으로 자체 분열하며, 리보솜도 세포질 리보솜이 아닌 박테리아형이다.

이 두 번의 세포 내 공생이 지구 생명의 역사를 바꿨다. 미토콘드리아는 동물과 균류에게 강력한 에너지 엔진을 줬고, 엽록체는 식물에게 태양 에너지를 직접 유기물로 바꾸는 능력을 줬다. 동물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있고, 동물이 그것을 태울 에너지 엔진이 있기 때문에 복잡한 생태계가 가능한 것이다. 두 공생 모두 없었다면 오늘날 지구의 생명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내부 구조 — 크리스타와 내막의 ATP 생산 구조를 보여주는 전자현미경 이미지 스타일

마무리

세포 안의 작은 기관이 원래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박테리아였다는 사실은, 지구 생명이 경쟁만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도 진화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을 삼켜 버리는 대신 함께 사는 쪽을 택한 그 우연한 사건이 없었다면, 오늘날 지구상의 복잡한 생명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단 하나의 세포에서 수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복잡한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다세포생물의 출현은 어떻게 가능했으며, 그 전환이 지구 생명 역사에서 몇 번이나 독립적으로 일어났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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