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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기 미스터리

04.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산소와 캄브리아기 폭발 — 에너지가 복잡성을 만든 방법

04.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산소와 캄브리아기 폭발 — 에너지가 복잡성을 만든 방법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원인을 단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여러 가설 가운데 산소 농도의 상승은 가장 강력하고 폭넓게 지지받는 요인이다. 산소와 캄브리아기 폭발의 관계는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에너지라는 근본적인 제약이 어떻게 생명의 복잡성을 결정하는지를 보여주는 인과 관계다.

산소와 캄브리아기 폭발의 연결은 에너지 효율을 통해 이루어진다. 산소를 이용하는 호흡은 같은 양의 유기물에서 산소 없이 발효하는 방식보다 약 15~18배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복잡한 동물은 복잡한 기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산소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생물학적으로 아무리 좋은 설계도가 있어도 그것을 실제로 만들고 작동시킬 에너지 예산이 부족하다.

 

산소 농도와 캄브리아기 폭발 관계 — 지구 대기 산소 농도 변화와 생물 다양성 급증 그래프

복잡한 동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얼마나 큰가

단순한 단세포 생물과 복잡한 다세포 동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박테리아 같은 단세포 생물은 세포막을 통한 이온 농도 차이를 유지하고, 분열을 위한 DNA 복제를 하는 정도의 에너지로 살아갈 수 있다. 반면 복잡한 다세포 동물은 수억 개의 세포가 각자 기능하면서 동시에 전체가 하나의 조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근육 하나만 해도 엄청난 에너지 소비처다. 근육 세포는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위해 ATP(아데노신삼인산)라는 에너지 화폐를 끊임없이 태운다. 눈의 망막에서 빛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 뇌에서 수백만 개의 신경 세포가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 소화 기관이 먹이를 처리하는 과정 — 이 모든 것이 에너지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산소 호흡 이전의 발효 대사로는 이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포도당 1분자를 완전히 산화시키면 이론적으로 약 30~38개의 ATP가 만들어지는 반면, 발효로는 2개의 ATP만 만들어진다. 산소 호흡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예산이 갑자기 수십 배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캄브리아기 직전 산소 농도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대산소화 사건(약 24억

25억 년 전)에서 산소 농도가 처음 의미 있게 올라갔지만, 이후 산소 농도는 다시 낮아졌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캄브리아기 폭발 직전인 약 6억

5억 년 전에 또 한 번의 산소 농도 상승이 있었다는 지질화학적 증거가 있다.

탄소 동위원소 비율, 황 동위원소 비율 등의 지구화학적 지표들이 이 시기에 대기와 해양의 산소 농도가 눈에 띄게 올라갔음을 보여준다. 특히 해양의 깊은 부분에까지 산소가 도달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발견된다. 그 이전에는 얕은 바다에만 산소가 있었고 깊은 바다는 여전히 혐기성이었는데, 해양 전체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산소 농도의 상승이 캄브리아기 폭발의 직접적인 방아쇠였는지, 아니면 필요 조건을 만들어놓은 배경 요인이었는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산소만으로는 캄브리아기 폭발의 타이밍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산소가 올라간 것이 폭발보다 수천만 년 앞선 시점이기도 하고, 산소 농도가 충분해진 이후에도 폭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소 없이 캄브리아기 폭발이 일어날 수 없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산소는 복잡한 동물의 등장을 위한 필요 조건이었다.

 

산소 호흡과 발효 에너지 비교 — ATP 생산량 차이로 보는 복잡한 생명체 등장의 에너지 조건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생명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산소 농도와 생물 크기 및 복잡성의 관계는 지질학적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고생대 석탄기(약 3억 5900만~2억 9900만 년 전)에 산소 농도가 현재의 약 35%까지 올라갔을 때, 날개 폭이 70cm를 넘는 거대 잠자리(메가네우라)와 몸길이 2m가 넘는 거대 노래기(아르트로플레우라)가 번성했다. 곤충은 허파가 없고 기관(trachea)이라 불리는 관을 통해 산소를 직접 조직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호흡한다. 이 구조에서는 산소 농도가 높을수록 더 큰 몸집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산소 농도(약 21%)에서도 이미 지구상에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캄브리아기에 산소 농도가 현재 수준의 몇 퍼센트에 도달했는지는 연구에 따라 추정치가 다르지만, 적어도 임계 수준을 넘어서면서 복잡한 다세포 동물이 유지 가능해졌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반대로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복잡한 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워진다. 대멸종 사건들 중 일부가 해양 저산소 사건(ocean anoxic event)과 함께 일어났다는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대기와 해양의 산소 농도는 지구 생물 다양성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물리적 변수인 셈이다.

마무리

산소와 캄브리아기 폭발의 관계는 결국 에너지와 복잡성의 관계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되면, 생물은 더 복잡한 구조를 만들 수 있고, 더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으며, 더 다양한 생태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캄브리아기 폭발은 산소라는 에너지 자원이 충분히 확보된 이후, 그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었던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다양화한 사건이다.

다음 편에서는 캄브리아기 폭발의 또 다른 핵심 요인인 눈의 진화를 다룬다. 시각의 등장이 어떻게 포식-피식 관계의 군비경쟁을 촉발해 동물 다양성을 폭발시켰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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