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외계생명체 미스터리 , 외계행성 대기를 읽는 법 — 트랜짓 분광법과 제임스 웹
수백 광년 떨어진 행성에 생명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행성의 빛을 분석하는 것은 지금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다. 외계행성 대기 분광법은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할 때 남기는 화학적 흔적을 읽어내는 기술이다.
트랜짓 분광법(transit spectroscopy)이란 외계행성이 모항성 앞을 지나가는 순간(트랜짓),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면서 특정 파장의 빛이 흡수되는 패턴을 분석해 대기 성분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각 기체 분자는 고유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스펙트럼에서 어떤 파장이 빠져 있는지를 보면 어떤 기체가 대기에 있는지 알 수 있다.

트랜짓 분광법의 원리 — 빛에 새겨진 화학 정보
빛은 파장의 집합이다. 별이 내뿜는 빛은 가시광선부터 자외선, 적외선까지 넓은 파장 범위를 포함한다. 이 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할 때, 대기 안의 기체 분자들은 자신이 흡수할 수 있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그 결과 지구에서 수신하는 빛의 스펙트럼에는 특정 파장이 빠진 '흡수선'이 나타난다.
물(H₂O)은 적외선 영역의 특정 파장을 흡수한다. 이산화탄소(CO₂)는 또 다른 파장을 흡수한다. 산소(O₂), 오존(O₃), 메탄(CH₄) 각각이 고유한 흡수 패턴을 가진다.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어떤 분자가 얼마나 있는지 역산할 수 있다.
이 방법의 한계도 있다. 행성이 모항성 앞을 지나가는 트랜짓 현상이 관측 가능해야 하고, 신호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높은 정밀도의 망원경이 필요하다. 또한 대기가 없거나 매우 얇은 행성에서는 신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 분광 탐색의 새 시대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외계행성 대기 분광에서 이전 망원경과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도 외계행성 대기를 분석한 바 있지만, 제임스 웹은 특히 적외선 영역에서 훨씬 높은 감도를 갖는다.
적외선이 중요한 이유는 생물과 관련된 분자들의 흡수선 상당수가 적외선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물,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N₂O)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임스 웹은 이 영역을 이전보다 훨씬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2023년 제임스 웹은 외계행성 K2-18b의 대기에서 탄소 기반 분자들을 확인했고, 디메틸 설파이드(DMS)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DMS는 지구에서 해양 플랑크톤이 생산하는 물질로, 생물학적 과정 없이는 대기 중에 상당한 농도로 존재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발견은 확정적 증거가 아니지만, 제임스 웹이 어떤 종류의 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다.

생물지표 — 생명의 화학적 흔적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생물지표(biosignature)란 생명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지거나 유지되는 화학적, 물리적 신호를 말한다. 대기 분광에서 찾는 생물지표는 주로 화학적 불균형이다.
지구 대기는 산소와 메탄이 동시에 존재한다. 화학적으로 이 두 분자는 함께 있으면 반응해서 사라져야 한다. 그럼에도 지구 대기에 두 분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생명이 끊임없이 두 분자를 동시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소는 식물과 광합성 생물이, 메탄은 미생물이 공급한다. 이런 화학적 불균형 자체가 생명의 존재를 시사하는 신호다.
그러나 생물지표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 산소가 광합성 없이도 물 분자의 광분해로 생성될 수 있고, 메탄은 화산 활동에서도 나온다. 어떤 단일 분자 하나가 생명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여러 분자가 특정 조합으로 공존할 때, 그 조합이 비생물학적 과정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때 생물지표로서 의미를 갖는다.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
현재 제임스 웹으로 대기 분광이 가능한 외계행성은 주로 모항성에 가까이 있는 가스 행성이나, 특별히 조건이 좋은 경우에 한정된다. 지구 크기의 암석형 행성에서 생물지표를 탐지하는 것은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다.
다음 세대 망원경들이 이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남방천문대가 개발 중인 ELT(Extremely Large Telescope), NASA가 구상 중인 하비터블 월드 옵저버토리(HWO) 등이 지구형 외계행성의 대기를 직접 분광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이 실현된다면, 외계행성 대기에서 생물지표를 찾는 것이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들어온다.

마무리
수백 광년 밖의 행성 대기를 분석하는 것이 지금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임스 웹이 내놓는 스펙트럼 데이터는 아직 확정적인 생명의 증거를 주지 않았지만, 어떤 종류의 신호를 찾아야 하는지, 그것이 기술적으로 탐지 가능한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생물지표 중 가장 핵심적인 하나인 산소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산소가 왜 생명의 증거로 여겨지는지, 그리고 왜 그 해석이 단순하지 않은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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