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외계생명체 미스터리 , 산소는 왜 생명의 증거인가 — 대기 중 산소와 생물권의 관계
외계행성 대기에서 가장 먼저 찾으려는 분자 중 하나가 산소다. 산소가 있다면 생명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논리는 단순하지 않다. 산소가 생명의 증거가 되는 이유, 그리고 산소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산소라는 분자의 화학적 특성부터 살펴봐야 한다.
산소(O₂)는 반응성이 매우 강한 분자다.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하여 산화물을 만든다. 이 반응성 때문에 산소는 대기 중에 자연적으로 오래 머물기 어렵다. 암석, 유기물, 금속 등 대기 중 산소와 반응할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하는 한, 산소는 빠르게 소모된다. 그러므로 행성 대기에 산소가 상당한 농도로 유지되고 있다면, 그것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산소는 어떻게 지구 대기에 쌓였는가
지구가 처음 형성됐을 때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다. 약 27억~24억 년 전, 대산소화 사건(Great Oxidation Event)이라 불리는 시기에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그 원인은 남세균(cyanobacteria)이다.
남세균은 광합성을 통해 물 분자를 분해하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부산물로 방출했다. 이 산소가 수억 년에 걸쳐 대기에 축적됐다. 처음에는 바다의 철 이온과 결합해 산화철(녹)을 만들었고, 그것이 바닥에 층층이 쌓인 것이 줄무늬 철 형성층(banded iron formation)이다. 바다의 철 이온이 소진된 뒤에야 산소가 대기로 올라왔다.
이 역사가 보여주는 것은 지구 대기의 산소가 순수하게 생물학적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광합성 생물 없이는 지구 대기에 이 정도의 산소가 유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외계행성 대기에서 높은 농도의 산소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산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거짓 양성의 문제
그러나 산소가 반드시 생명의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생물학적 과정으로도 산소가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분자는 자외선에 의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될 수 있다. 이것을 광분해(photolysis)라 한다. 가벼운 수소 원자는 행성 중력에서 탈출하고, 무거운 산소는 대기에 남는다. 특히 별에 가까이 있어 강한 자외선을 받는 행성에서는 이 과정이 상당한 양의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금성과 화성 같은 경우도 과거에 물을 잃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산소 농도가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거짓 양성(false positive)' 시나리오 때문에, 산소 하나만으로 생명의 증거로 삼는 것은 과학적으로 신중해야 한다.

산소+메탄 조합 — 더 강력한 신호
그래서 현재 천문생물학에서는 단일 분자보다 분자 조합을 생물지표로 삼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산소와 메탄의 동시 존재가 대표적인 조합이다. 이 두 분자는 화학적으로 함께 존재하면 서로 반응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반응이 일어나는 시간 척도는 지질학적 관점에서 매우 짧다. 그러므로 대기 중에 두 분자가 동시에, 그리고 상당한 농도로 존재한다는 것은 두 분자를 동시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지구에서 산소는 광합성 생물이, 메탄은 혐기성 미생물이 공급한다. 두 생태계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두 분자가 공존할 수 있다. 산소와 메탄의 공존은 비생물학적 시나리오로 설명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조합이 외계행성 대기에서 발견된다면 생명의 강력한 증거로 간주될 것이다.
오존(O₃)도 중요한 지표다. 오존은 산소에서 만들어지므로 산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지만, 적외선 분광에서 산소보다 훨씬 강한 신호를 낸다. 제임스 웹 수준의 망원경에서는 산소 직접 탐지보다 오존 탐지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탐색의 현실 — 지금 무엇이 가능한가
현재 기술로 지구 크기의 암석형 행성 대기에서 산소나 오존을 탐지하는 것은 아직 한계가 있다. 제임스 웹은 가스 행성이나 해왕성급 행성의 대기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지구 같은 작은 행성의 대기 신호는 더 큰 망원경이 필요하다.
그러나 적색왜성(M형 별) 주위를 도는 지구형 행성은 예외다. 이런 행성들은 별에 가까이 있어 트랜짓 빈도가 높고, 별 자체가 작아 행성 대기 신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다. 현재 가장 집중적으로 탐색되는 TRAPPIST-1 시스템의 행성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임스 웹이 이 시스템의 행성들을 집중 관측하고 있으며, 대기 존재 여부와 조성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마무리
산소는 생명의 흔적을 찾는 탐색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그러나 산소 단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메탄, 오존과의 조합, 그리고 그 농도와 비율을 함께 읽어야 비로소 생물학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생명을 찾는 일은 단순한 분자 하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불균형의 패턴을 읽는 일이다.
다음 편에서는 제임스 웹이 실제로 수상한 신호를 포착한 외계행성 K2-18b를 자세히 다룬다. 하이션 플래닛이라 불리는 이 행성의 특성과, 디메틸 설파이드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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