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외계생명체 미스터리 , K2-18b — 하이션 플래닛과 수상한 DMS 신호
2023년 9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 K2-18b의 대기에서 탄소 기반 분자들을 확인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그 중 디메틸 설파이드(DMS, dimethyl sulfide)라는 분자의 흔적이 포함됐다. DMS는 지구에서 해양 플랑크톤이 생산하는 분자로, 생물학적 과정 없이는 대기 중에 유의미한 농도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이 발견이 외계생명체 존재의 증거인가. 결론은 아직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 사례는 현재 외계생명체 탐색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를 보여준다.
K2-18b는 지구에서 약 124광년 떨어진 사자자리 방향에 있는 외계행성이다. 2015년 케플러 우주망원경에 의해 처음 발견됐으며, 질량은 지구의 약 8.6배, 반지름은 약 2.6배다. 이 크기는 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 작은 '미니 넵튠(mini-Neptune)' 범주에 해당한다.

하이션 플래닛이란 무엇인가
K2-18b를 둘러싼 논의에서 핵심 개념이 하이션 플래닛(Hycean planet)이다. 이것은 2021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이 제안한 외계행성 유형으로, 수소(Hydrogen) 풍부한 대기와 대규모 해양(Ocean)을 가진 행성을 뜻한다.
지구에서 생명은 물에서 시작했다. 하이션 플래닛은 표면 전체가 액체 바다로 덮여 있고, 그 위로 수소가 주성분인 두꺼운 대기가 있는 구조를 가진다고 가정한다. 수소 대기는 온실 효과가 강해, 별에서 멀리 있어도 바다가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K2-18b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행성 후보 중 하나다. 항성 K2-18은 적색왜성으로 태양보다 작고 차갑다. K2-18b는 이 별의 생명 가능 구역 안에 있으며, 질량과 반지름 비율이 내부에 두꺼운 물층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제임스 웹이 찾은 것 — DMS 신호의 의미
2023년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 K2-18b 대기에서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가 확인됐다. 여기까지는 비생물학적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문제는 DMS 흔적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디메틸 설파이드(DMS)는 화학식 (CH₃)₂S인 황 화합물이다. 지구에서 DMS는 주로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산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다른 분자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DMS가 만들어지며, 이것이 대기로 방출된다. 지구 대기 중 DMS의 주된 공급원은 생물학적 과정이다.
그러나 DMS 신호의 통계적 유의성이 아직 낮다. 해당 논문 저자들 스스로 "잠정적 탐지"이며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호가 실제인지, 아니면 데이터 잡음인지를 검증하려면 추가 관측이 필요하다. 또한 DMS가 비생물학적 화학 반응으로도 생성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 설령 신호가 실제라 해도 생명의 증거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이션 플래닛이 실제인지가 먼저다
K2-18b가 실제로 하이션 플래닛인지 자체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K2-18b의 크기와 밀도 범위에서는 내부가 암석+두꺼운 수증기 대기로 이루어진 '증기 세계(steam world)', 혹은 가스가 주성분인 미니 가스행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K2-18b가 수증기가 주성분인 고온 고압 환경이라면, 표면이 생명이 살 수 있는 액체 바다가 아닐 수 있다. 이 경우 DMS가 있다 해도 그것이 생명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
K2-18b 사례는 현재 외계생명체 탐색의 두 가지 현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제임스 웹이 124광년 떨어진 행성의 대기에서 특정 분자의 흔적을 분석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탐지된 신호를 생명의 증거로 해석하기까지 거쳐야 할 검증 단계가 얼마나 엄격한지이다.
단일 관측, 단일 분자, 낮은 통계 유의성으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반복 관측, 대안 가설 배제, 비생물학적 생성 경로 검토가 모두 필요하다. 이것이 과학의 방식이다.

마무리
K2-18b는 아직 외계생명체의 증거가 아니다. 그러나 이 사례는 외계행성 대기에서 생물학적으로 유의미한 분자를 탐지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탐색이 실제로 무언가를 집어낼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가 이전 시대와 다른 점이다.
다음 편에서는 태양계 안으로 시선을 돌린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는 두꺼운 얼음층 아래 거대한 바다를 숨기고 있다. 그 바다에 생명이 있을 수 있는지, 어떻게 탐사하려 하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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