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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미스터리

03. 암흑물질 미스터리 , WIMPs는 어디 있는가 — 30년 탐색이 빈손인 이유

WIMPs는 어디 있는가 — 30년 탐색이 빈손인 이유

30년 동안 물리학자들이 가장 유력하다고 믿었던 암흑물질 후보가 있다. 수십 개의 실험이 그것을 찾으려 했고 수십억 달러가 투입됐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 후보의 이름이 WIMPs다.

WIMPs란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의 약자로,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를 뜻한다. 빛이나 전자기력에 반응하지 않아 직접 볼 수 없지만, 질량이 있어 중력에 영향을 주고 약한 핵력으로는 극히 드물게 다른 물질과 반응한다고 이론적으로 예측된다. 현재까지 직접 검출된 사례는 없으나, 여전히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다.

이름에 담긴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암흑물질의 가장 자연스러운 설명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같은 특성 때문에 찾기가 몹시 어렵다.

 

WIMPs 암흑물질 직접 검출 실험 — 지하 깊은 곳에 설치된 탐지기 장면

WIMPs가 암흑물질 후보로 주목받은 이유 — WIMP 기적이란 무엇인가

WIMP가 특별한 관심을 받은 이유는 이 입자의 성질이 우주론적 계산과 우연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WIMP 기적(WIMP miracle)이라고 부른다.

빅뱅 직후 우주는 극도로 뜨거웠고, 이 환경에서는 입자와 반입자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했다. 우주가 식으면서 입자들이 서로 만나 소멸하는 빈도가 줄었고, 반응이 느려진 시점부터 특정 양만큼의 입자가 우주에 남게 된다. 이것을 열적 유물(thermal relic)이라고 한다.

이 계산을 약한 핵력 수준의 상호작용 강도와 100~1000GeV 범위의 질량을 가진 입자에 적용하면, 그 입자가 현재 우주에 남아 있는 양이 관측된 암흑물질의 양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이론에서 출발한 입자 성질이 우주론적 관측 결과와 별다른 조정 없이 일치한다는 점이 물리학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여기에 초대칭 이론(supersymmetry)도 힘을 실었다. 초대칭은 표준 모형의 각 기본 입자에 짝을 이루는 파트너 입자가 있다고 예측하는 이론 체계다. 그중 가장 가벼운 초대칭 입자인 뉴트랄리노(neutralino)의 예상 성질이 WIMPs와 정확히 들어맞았다. LHC가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2008년에 많은 물리학자들은 뉴트랄리노 신호를 기대했다.

WIMP 탐색의 세 가지 방법과 그 결과

WIMP를 찾는 시도는 세 방향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첫 번째는 직접 검출이다. WIMPs가 지금 이 순간 지구를 통과하고 있다면, 아주 드물게 원자핵에 부딪혀 미약한 반동 에너지를 남길 수 있다. 지하 깊숙이 설치된 초고감도 검출기로 이 충돌 신호를 포착하는 방식이다. XENON1T, LUX, PandaX 같은 실험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간접 검출이다. 은하 중심부처럼 암흑물질 밀도가 높은 곳에서 두 WIMP가 만나 소멸하면, 그 에너지가 감마선이나 중성미자 같은 신호로 방출될 수 있다.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이 이 신호를 탐색하는 대표적인 장비다.

세 번째는 가속기 생성이다. LHC에서 양성자를 충돌시켜 에너지를 극도로 높이면 WIMP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고 예상됐다. 충돌 이후 에너지 수지에 설명되지 않는 결손이 있다면 그것이 검출기를 빠져나간 WIMP의 흔적일 수 있다.

세 방향 모두에서 결과는 같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LHC는 뉴트랄리노를 발견하지 못했다. 직접 검출 실험들은 수십 배 감도를 높여가면서도 배경 잡음만 기록했다. 간접 검출에서도 WIMP 소멸로 명확하게 설명되는 신호는 나오지 않았다.

 

WIMP 탐색 세 가지 방법 — 직접 검출, 간접 검출, 가속기 생성 다이어그램

30년의 침묵이 의미하는 것과 WIMPs의 현재 위치

30년의 탐색이 빈손으로 끝난 것은 WIMPs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탐색이 실패할수록 파라미터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지,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실험들은 특정 질량 범위와 특정 상호작용 강도를 가진 WIMPs를 배제할 수 있지만, 그 범위 바깥의 WIMPs는 아직 탐색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 있다.

다만 원래 WIMP 기적이 성립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질량과 상호작용 범위, 즉 약 100~1000GeV의 질량과 약한 핵력 수준의 상호작용 영역은 이미 상당 부분 배제됐다. 초대칭 이론도 LHC가 탐색한 에너지 범위에서 새로운 입자를 찾지 못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초대칭이 예측한 에너지 스케일보다 훨씬 높은 곳에 초대칭 입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이 경우 WIMP 기적이 그대로 성립하지 않게 된다.

결국 WIMPs는 완전히 포기된 후보가 아니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후보"라는 지위는 상당히 흔들린 상태다. 이 흔들림이 다른 후보들, 특히 액시온이나 스테릴 중성미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배경이 되었다.

 

WIMPs 암흑물질 탐색 — 지하 실험실과 LHC 가속기 복합 이미지

마무리

WIMPs 탐색의 30년은 실패의 역사처럼 보이지만, 다르게 읽을 수도 있다. 그 탐색은 암흑물질이 있을 수 없는 영역을 점점 좁혀가면서, 이것이 무엇이 아닌지를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남은 파라미터 공간이 좁아질수록, 결국 무언가가 걸리거나 아니면 WIMPs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WIMPs를 찾기 위해 지하 1km보다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실험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다음 편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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