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흑물질 미스터리

07. 암흑물질 미스터리 , 보이지 않는 우주 거미줄 — 암흑물질이 만든 대규모 구조

우주 거미줄 — 암흑물질이 만든 대규모 구조의 뼈대

수억 광년 단위로 우주를 바라보면 은하들이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다. 거대한 실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은하들은 필라멘트(filament)라 불리는 가닥들을 따라 줄지어 있고, 가닥이 교차하는 곳에는 은하단이 뭉쳐 있으며, 가닥 사이의 빈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보이드(void)다. 이것을 코스믹 웹(cosmic web), 즉 우주 거미줄이라고 부른다.

코스믹 웹이란 우주의 은하들이 필라멘트, 시트, 보이드로 이루어진 그물망 구조를 형성하는 대규모 현상이다. 이 구조는 암흑물질이 빅뱅 직후부터 형성한 중력 골격을 따라 일반 물질이 흘러들어 만들어진 것으로, 수억 년에 걸친 중력 진화의 결과물이다.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물질만으로는 부족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암흑물질이 없으면 오늘날의 코스믹 웹이 형성될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우주 거미줄은 암흑물질이 우주의 형태를 조각했다는 강한 간접 증거다.

 

코스믹 웹 시뮬레이션 — 은하 필라멘트와 보이드가 연결된 우주 거미줄 구조

우주가 거미줄 모양인 이유 — 암흑물질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 형성

빅뱅 직후 우주는 거의 균일했다. 그러나 완전히 균일하지는 않았다. 미세한 밀도 차이가 있었고, 이것이 오늘날 우주 구조의 씨앗이 됐다. 중력은 밀도가 높은 곳을 더욱 밀도 높게 만든다. 물질이 조금 더 모인 곳은 주변 물질을 끌어당기고, 점점 더 많이 모인다. 반면 밀도가 낮은 곳은 물질을 잃어가며 보이드가 된다. 이 과정이 수십억 년에 걸쳐 반복되면서 필라멘트와 보이드가 발달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현재 관측되는 구조를 만들려면 일반 물질만으로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반 물질은 빅뱅 이후 약 38만 년 동안 빛과 결합되어 자유롭게 뭉치지 못했다. 빛의 복사 압력이 물질의 중력 붕괴를 억제했다. 이 시기가 끝나고 전자가 원자핵에 결합하는 재결합(recombination) 이후에야 일반 물질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암흑물질은 달랐다.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으므로 빅뱅 직후부터 자유롭게 뭉칠 수 있었다. 재결합 훨씬 이전부터 암흑물질이 중력 씨앗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일반 물질이 자유로워졌을 때 이미 암흑물질이 만들어놓은 구조 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암흑물질의 중력 골격 없이는 현재의 코스믹 웹이 이 정도 규모로 발달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주론의 현재 결론이다.

코스믹 웹 시뮬레이션과 실제 은하 분포가 일치하는 이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우주 구조 형성을 재현할 수 있다. 빅뱅 직후의 초기 조건을 설정하고 중력의 작용을 수십억 년에 걸쳐 계산하면 오늘날의 우주 구조가 재현되어야 한다.

암흑물질을 포함한 표준 우주론 모델인 람다-CDM(ΛCDM, Lambda-Cold Dark Matter)은 코스믹 웹을 정밀하게 재현한다. 밀레니엄 시뮬레이션(Millennium Simulation)을 비롯한 대형 우주론 시뮬레이션에서 나온 거미줄 구조는 실제 관측된 은하 분포와 매우 유사하다. 필라멘트의 두께, 보이드의 크기, 은하단이 교차점에 집중되는 방식이 관측 결과와 일치한다.

반면 암흑물질을 제외하고 일반 물질만으로 시뮬레이션하면 현재의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다. 필라멘트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고 은하단의 밀도도 낮다. 초기 조건을 어떻게 설정해도 현재 관측된 구조를 재현하기 어렵다.

이 일치는 암흑물질 모델의 강한 근거 중 하나다. 개별 은하의 회전이나 특정 천체의 충돌 같은 지역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억 광년 규모의 우주 전체 구조가 암흑물질 모델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코스믹 웹의 의미다.

 

코스믹 웹 시뮬레이션과 실제 은하 탐사 비교 — 구조 형성 일치

은하 탐사가 우주 거미줄을 3차원으로 드러낸 방법

코스믹 웹은 이론과 시뮬레이션의 산물만이 아니다. 실제 관측으로도 확인됐다.

슬로언 디지털 하늘 탐사(SDSS, Sloan Digital Sky Survey)는 수백만 개 은하의 위치와 거리를 3차원으로 지도화한 대규모 관측 프로젝트다. 이 지도를 펼치면 코스믹 웹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은하들이 긴 실처럼 이어진 필라멘트를 따라 분포하고, 그 사이에는 은하가 거의 없는 거대한 보이드가 자리 잡는다. 일부 보이드는 수억 광년 규모에 이른다.

2dF 은하 탐사, DES(Dark Energy Survey), 유클리드(Euclid) 우주 망원경 등이 은하 분포를 점점 더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다. 탐사가 깊어질수록 코스믹 웹의 세부 구조가 드러나고, 이것이 시뮬레이션과 비교되면서 암흑물질의 성질에 대한 제약이 정교해진다.

코스믹 웹의 필라멘트가 밝은 것은 그곳에 은하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은하들을 붙잡고 있는 더 큰 질량은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다. 우주 거미줄은 빛나는 부분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빛나지 않는 부분이 구조를 지탱한다.

 

슬로언 디지털 하늘 탐사 — 수백만 개 은하의 3차원 분포와 코스믹 웹

마무리

우주가 거미줄처럼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빅뱅 직후부터 수십억 년에 걸쳐 암흑물질이 중력 골격을 형성했고, 일반 물질이 그 구조를 따라 흘러들어 오늘날의 코스믹 웹을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물질이 우주의 지도를 그린 셈이다.

암흑물질은 개별 은하의 내부에서도, 우주 전체의 형태에서도 그 영향을 드러낸다. 다음 편에서는 이 분포를 더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는 방법, 중력렌즈를 이용해 암흑물질 지도를 그리는 시도를 살펴본다.

 

▶ 이전 글: 액시온 — 강한 CP 문제에서 태어난 암흑물질 후보
▶ 다음 글: 중력렌즈로 그린 암흑물질 지도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