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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미스터리

09. 암흑물질 미스터리 , 소규모 구조 문제 — 냉 암흑물질 모델이 맞지 않는 세 가지 이유

소규모 구조 문제 — 냉 암흑물질 모델이 맞지 않는 세 가지 이유

냉 암흑물질(CDM, Cold Dark Matter) 모델은 우주 대규모 구조를 설명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다. 코스믹 웹의 필라멘트와 보이드 분포, 은하단의 형성,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의 미세한 구조까지 CDM과 관측이 잘 맞는다. 그런데 스케일을 줄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규모 구조 문제는 CDM 모델이 왜소 은하 수준에서 보이는 세 가지 예측 불일치를 통칭한다.

소규모 구조 문제란 냉 암흑물질 모델이 은하 및 왜소 은하 스케일에서 관측과 맞지 않는 세 가지 현상을 말한다. 누락 위성 문제, Too-Big-To-Fail 문제, 코어-쐐기 문제가 그것이다. 이 문제들은 CDM 모델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에서의 예측이 관측과 달라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 불일치가 CDM 모델의 근본적인 실패인지, 관측의 불완전함인지, 아니면 암흑물질의 성질이 단순한 냉 입자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는 신호인지는 현재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소규모 구조 문제 — CDM 예측 위성 은하 수와 실제 관측 수의 차이

누락 위성 문제 — CDM이 예측한 위성 은하는 왜 보이지 않는가

CDM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우리 은하 주변에는 수백~수천 개의 위성 왜소 은하가 있어야 한다. CDM에서는 큰 암흑물질 헤일로 안에 작은 헤일로들이 중첩되어 있고, 그 작은 헤일로들에도 별과 가스가 모여 은하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관측에서 확인된 우리 은하 위성 은하는 오랫동안 수십 개 수준이었다. 허블 우주 망원경과 대규모 탐사 프로젝트들 덕분에 더 어둡고 작은 왜소 은하들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뮬레이션의 예측보다 훨씬 적다. 이것이 누락 위성 문제(missing satellites problem)다.

이 불일치를 설명하는 두 방향의 가설이 있다. 하나는 작은 암흑물질 헤일로가 실제로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별이 형성되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이온화 시기에 자외선이 소규모 헤일로에서 가스를 제거했거나, 별 폭발의 피드백이 가스를 날려보냈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CDM 대신 WDM(따뜻한 암흑물질)처럼 소규모 구조를 덜 만드는 모델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따뜻한 암흑물질 입자는 작은 헤일로 형성 자체를 억제한다.

현재로서는 바리온 피드백 설명이 더 지지를 받지만, 둘 중 어느 쪽이 완전한 답인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Too-Big-To-Fail 문제 — 있어야 할 큰 위성 헤일로가 보이지 않는 이유

누락 위성 문제가 "예측보다 적다"는 문제라면, Too-Big-To-Fail 문제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이 없다"는 문제다.

CDM 시뮬레이션은 우리 은하 주변에 내부 속도가 매우 높고 밀도가 높은 위성 헤일로들이 있어야 한다고 예측한다. 이 헤일로들은 너무 커서 안에 별이 없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실패하기에는 너무 크다(too big to fail)"고 불린다. 그러나 실제로 관측된 우리 은하의 위성 왜소 은하들은 이 예측보다 훨씬 내부 속도가 낮고 밀도가 낮다. 예측된 고밀도 헤일로에 대응하는 관측 대상이 없다.

이 문제는 마젤란 운하 인근과 안드로메다 은하 주변의 위성 은하 분석에서도 반복 확인됐다. 단순히 별이 없어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그 헤일로들이 예측대로라면 중력적으로 충분히 강해서 어떤 형태로든 관측 흔적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CDM 소규모 구조 문제 — 예측 위성 헤일로 밀도와 실제 왜소 은하 밀도 비교

코어-쐐기 문제 — 암흑물질 헤일로 중심부 밀도 형태가 다른 이유

세 번째 문제는 암흑물질 헤일로 내부 구조에 관한 것이다. CDM 시뮬레이션은 암흑물질 헤일로의 중심부 밀도가 중심으로 갈수록 급격히 높아지는 쐐기(cusp) 형태를 보인다고 예측한다. 이것을 NFW 프로파일(Navarro-Frenk-White profile)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 왜소 은하와 저표면 밝기 은하의 회전 곡선을 측정하면 중심부 밀도가 완만하게 평탄한 형태(core)를 보인다. 예측한 급격한 쐐기가 아닌 균일한 코어가 관측된다. 이것이 코어-쐐기 문제(core-cusp problem)다.

이 불일치에 대한 설명도 두 방향이 있다. 첫 번째는 바리온 피드백이다. 별 형성과 초신성 폭발이 만드는 강한 가스 유출이 헤일로 중심부의 암흑물질을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쐐기가 코어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리온 물리를 정밀하게 모델링한 최신 시뮬레이션에서는 이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 확인된다. 두 번째는 자기 상호작용 암흑물질(SIDM, Self-Interacting Dark Matter)이다. 암흑물질 입자들이 서로 산란하면 중심부 밀도를 평탄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CDM과 다른 암흑물질의 성질을 요구한다.

어느 설명이 맞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바리온 피드백으로 충분히 설명된다면 CDM 자체의 수정 없이 문제가 해소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암흑물질의 성질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코어-쐐기 문제 — CDM 예측 쐐기 프로파일과 실제 관측 코어 프로파일 비교

마무리

세 가지 소규모 구조 문제는 CDM 모델이 모든 스케일에서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이것이 CDM의 전면적인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관측이 아직 불완전할 수 있고, 바리온의 물리학이 시뮬레이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최근의 정밀 시뮬레이션들은 피드백 모델을 개선하면서 일부 불일치가 줄어드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부분도 남아 있다. 암흑물질이 단순한 냉 입자 하나가 아니라 더 복잡한 성질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 가능성을 더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이론이 다음 편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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