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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미스터리

10. 암흑물질 미스터리 , 암흑물질이 없으면 은하는 존재할 수 없다 — 구조 형성의 역설

암흑물질이 없으면 은하는 존재할 수 없다 — 구조 형성의 역설

암흑물질은 단지 은하 바깥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은하가 처음 만들어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빅뱅 이후 균일했던 우주에서 어떻게 은하가, 별이, 그리고 결국 우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가. 이 질문의 답에 암흑물질이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은하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현재 우주론의 핵심 주장 중 하나다. 빅뱅 직후 일반 물질은 빛의 압력에 갇혀 중력으로 뭉치지 못했다. 반면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그 훨씬 이전부터 독자적으로 밀도 높은 구조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 암흑물질의 중력 씨앗이 없었다면 현재 우주의 나이 안에 오늘날과 같은 은하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는 것이 시뮬레이션과 CMB 관측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결론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른다. 그러나 없었다면 지금의 우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주 진화 타임라인 — 암흑물질이 먼저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

재결합 이전에 일반 물질이 구조를 만들 수 없었던 이유

빅뱅 직후 우주는 극도로 뜨거운 플라즈마 상태였다. 이 환경에서 일반 물질인 양성자와 전자는 광자와 강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빛과 물질이 서로 충돌하며 사실상 하나의 유체처럼 움직였다.

이 상태에서는 일반 물질이 중력으로 뭉치려 해도 빛의 복사 압력이 그것을 막았다. 물질이 모이면 빛의 압력이 밀어내고, 밀려나면 다시 모이려 하고 — 이 반복적인 진동이 음향 진동(baryon acoustic oscillation, BAO)이다. 이 진동은 일반 물질이 독립적으로 중력 씨앗을 만드는 것을 방해했다.

우주가 식어 약 38만 년 후 재결합(recombination) 시기가 됐다. 전자가 원자핵과 결합하면서 빛이 물질에서 분리됐다. 이 순간이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가 생성된 때다. 이제 일반 물질은 빛의 압력에서 벗어나 중력으로 모일 수 있었다.

그런데 재결합 시점부터 시작해 우주 나이 안에 오늘날의 은하들이 만들어지기에 시간이 충분했을까. 계산 결과는 일반 물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결합 이후 일반 물질이 처음부터 균일하게 분포한 상태에서 출발하면 현재 관측되는 은하와 같은 밀도 구조가 형성되기까지 현재 우주 나이를 훨씬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암흑물질이 먼저 중력 씨앗을 만든 방식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결합 훨씬 이전부터 중력으로 뭉치는 것이 가능했다. 일반 물질이 빛의 압력에 갇혀 진동하는 동안, 암흑물질은 독자적으로 밀도 높은 덩어리를 형성해갔다.

재결합이 되어 일반 물질이 자유로워졌을 때, 우주 곳곳에는 이미 암흑물질이 만들어놓은 중력 우물(gravitational well)이 있었다. 일반 물질은 이 우물 속으로 흘러들어 갔다. 암흑물질이 만든 골격을 따라 가스가 모이고, 거기서 별과 은하가 형성되었다.

암흑물질의 중력 씨앗이 없었다면 일반 물질은 훨씬 더 균일하게 퍼진 상태에서 출발해야 했고, 은하가 형성되는 데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우주의 나이인 약 138억 년 안에 오늘날과 같은 은하들이 만들어지려면 암흑물질이 앞서 구조를 형성해야 했다는 것이 현재의 결론이다.

 

암흑물질 중력 씨앗과 일반 물질 유입 — 은하 형성 초기 과정 시뮬레이션

CMB 관측과 시뮬레이션이 암흑물질 선행 구조를 지지하는 근거

이 가설은 관측으로도 검증된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는 재결합 시점의 우주 상태를 찍은 스냅샷이다. CMB에 담긴 미세한 온도 요동 패턴은 당시 우주의 밀도 분포를 반영한다.

이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재결합 시점 이전에 이미 중력 씨앗 역할을 한 물질이 있었음이 드러난다. 그 물질이 일반 물질이 아닌 것은 일반 물질이 그 시점까지 빛의 압력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CMB 패턴의 세부 구조를 정량적으로 재현하는 데 암흑물질의 양과 분포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WMAP과 플랑크 위성의 정밀 관측은 이 계산을 매우 정밀하게 검증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암흑물질 없이 일반 물질만으로 우주 진화를 시뮬레이션하면 현재 관측되는 은하 분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필라멘트와 은하단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고, 개별 은하의 내부 구조도 다르게 나온다. 암흑물질을 포함한 시뮬레이션만이 관측 결과와 일치하는 우주를 재현한다.

 

CMB 온도 요동 패턴 — 재결합 시점 우주의 밀도 분포와 암흑물질 역할

마무리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태양이 태어날 수 있는 은하, 지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태양계, 그 전제가 되는 은하 형성 자체가 암흑물질 없이는 현재 우주의 나이 안에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이것이 암흑물질 문제의 역설적인 지점이다. 우리와 직접 상호작용하지 않아 검출하기 어려운 물질이 우리 존재의 전제 조건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런데 암흑물질이 단순한 하나의 입자가 아니라, 자체적인 힘과 입자로 이루어진 복잡한 세계일 수 있다는 발상이 다음 편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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