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랙홀 미스터리

04. 블랙홀 미스터리 ,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는 사람은 무엇을 경험하는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는 사람은 무엇을 경험하는가

블랙홀로 떨어지는 사람과,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 두 사람은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경험한다. 한 사람에게는 그 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고, 다른 사람에게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장면으로 보인다. 물리학이 허용하는 이 두 가지 현실은 모두 유효하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다.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는 사람은 무엇을 경험하는가. 이 질문은 공상과학의 영역처럼 들리지만, 일반 상대성 이론이 구체적인 답을 가지고 있는 물리학의 문제다. 그리고 그 답은 예상보다 훨씬 기묘하다. 같은 우주 안에서 같은 사건을 두고 두 명의 관찰자가 완전히 다른 결말을 경험한다는 사실은,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는 사람, 블랙홀 낙하

1. 바깥에서 보이는 장면

먼저 블랙홀 밖에서 낙하를 지켜보는 관찰자의 시점을 생각해보자. 멀리서 누군가가 블랙홀을 향해 떨어지는 것을 관측한다면, 그 관찰자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강한 중력장 근처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이것을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gravitational time dilation)이라고 한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 이 경계를 넘으면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의 경계면 — 에 가까워질수록 이 효과는 극단적으로 커진다.

외부 관찰자의 눈에는 낙하자가 사건의 지평선에 다가갈수록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이 극도로 늘어지다가, 사건의 지평선 바로 앞에서 완전히 멈춰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낙하자는 영원히 그 경계선에 걸려 있는 듯 보이고, 그 모습이 점점 어두워지고 붉어지다가 결국 보이지 않게 된다. 외부 관찰자는 낙하자가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하는 장면을 절대 볼 수 없다. 이론적으로 무한한 시간이 지나야 그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블랙홀 낙하, 시간 지연

2. 떨어지는 사람이 경험하는 것

이번엔 블랙홀로 직접 떨어지는 낙하자의 시점이다. 낙하자에게 그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낙하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지평선은 특별한 장벽이 아니다. 충분히 큰 블랙홀이라면,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하는 순간 낙하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경계선을 지나쳤다는 감각 자체가 없다. 시간은 낙하자에게 정상적으로 흐른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것은 낙하자의 경험 안에서는 그저 계속 떨어지는 것일 뿐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블랙홀 내부로 깊이 들어갈수록 조석력(tidal force) — 중력의 차이로 인해 물체를 잡아당기고 늘이는 힘 — 이 극단적으로 커진다. 블랙홀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머리와 발이 받는 중력의 차이가 어마어마해진다. 결국 낙하자의 몸은 수직 방향으로 극도로 늘어나고 수평 방향으로 압축된다. 물리학자들은 이 과정을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라고 부른다. 낙하자는 마치 스파게티처럼 길고 가늘게 늘어나다가 붕괴한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블랙홀의 크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질량이 작은 블랙홀의 경우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 이미 조석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그 경계를 통과하기 전에 이미 스파게티화가 시작된다. 반면 초거대 블랙홀의 경우 사건의 지평선에서의 조석력이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낙하자는 경계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통과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중력의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다.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는 사람, 스파게티화

3. 두 현실이 동시에 유효하다는 것의 의미

외부 관찰자에게 낙하자는 영원히 사건의 지평선 앞에 멈춰 있다. 낙하자에게 그 경계선은 아무 감각 없이 통과되고, 결국 중심부에서 소멸한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다. 물리학은 두 관점을 모두 유효한 현실로 인정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시간과 공간을 절대적인 배경이 아니라 관찰자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구조로 다루기 때문이다. 두 관찰자가 서로 다른 시간을 경험한다고 해서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 두 관찰자 사이에 정보가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낙하자가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한 뒤에는 외부로 어떤 신호도 보낼 수 없다. 두 현실은 영원히 서로를 검증할 수 없는 상태로 공존한다.

여기서 하나의 불편한 질문이 생긴다. 낙하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한 정보는 블랙홀 내부에 실재한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없고, 블랙홀이 증발하면 그 정보는 어떻게 되는가. 이것이 블랙홀 정보 역설의 출발점이다. 두 관찰자의 서로 다른 경험이 단순한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우주가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는 사람, 시간 지연

마무리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는 사람은 무엇을 경험하는가. 이 질문의 답은 하나가 아니다. 누구의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은 상대성 이론의 오래된 결론이지만, 블랙홀은 그 원리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무대다. 두 관찰자가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모순처럼 보이는 경험을 하면서도 둘 다 물리적으로 올바른 상태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두 현실이 영원히 서로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이 불편한 사실이 우주의 본질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아직 완전히 답을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