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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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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블랙홀 미스터리 , 블랙홀의 내부를 다시 쓰다 — 끈이론과 퍼즈볼 가설 블랙홀의 내부를 다시 쓰다 — 끈이론과 퍼즈볼 가설블랙홀 안에는 특이점이 있다. 밀도가 무한대가 되고 시공간의 법칙이 붕괴하는 지점. 일반 상대성 이론이 내놓는 이 답은 동시에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한계를 고백한다. 물리학이 작동하지 않는 지점을 이론 스스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끈이론(string theory)은 이 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블랙홀 내부에 특이점이 있다는 것은 이론의 결론이 아니라 이론이 부서지는 지점이라는 신호다. 끈이론의 관점에서 블랙홀은 처음부터 다르게 생겼을 수 있다. 특이점도 없고, 텅 빈 내부도 없으며, 사건의 지평선의 성질도 달라진다. 이것이 퍼즈볼(fuzzball) 가설이다.블랙홀의 내부를 다시 쓴다는 것은 단순한 수정이 아니다. 지금까지 블랙홀에 대해 제기된 거의 모든 역설..
17. 블랙홀 미스터리 , 블랙홀이 암시하는 2차원 우주 — 홀로그래픽 원리 블랙홀이 암시하는 2차원 우주 — 홀로그래픽 원리방 안에 가득 찬 공기의 엔트로피를 계산하면 부피에 비례한다. 직관적으로 당연한 결과다. 공간이 두 배가 되면 담을 수 있는 정보도 두 배가 된다. 이것이 열역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다.그런데 블랙홀은 이 직관을 거부한다.1970년대 야콥 베켄슈타인(Jacob Bekenstein)은 블랙홀의 엔트로피를 계산했다. 엔트로피란 계가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 혹은 가능한 미시 상태의 수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블랙홀의 엔트로피를 계산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블랙홀의 엔트로피는 부피가 아니라 사건의 지평선의 표면적에 비례했다. 3차원 공간에 존재하는 천체의 정보량이 그것의 2차원 표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이것이 홀로그래픽 원리(holographic p..
10. 블랙홀 미스터리 , 웜홀과 양자 얽힘은 같은 것인가 웜홀과 양자 얽힘은 같은 것인가 — ER=EPR 가설우주 반대편에 있는 두 입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쪽을 측정하는 순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른 쪽의 상태가 즉각적으로 결정된다. 이것을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 현상을 두고 "유령 같은 원거리 작용"이라며 못마땅해했다. 어떤 정보도 빛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없다는 상대성 이론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그런데 2013년, 물리학자 후안 말다세나(Juan Maldacena)와 레너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가 하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은 단순했다. ER=EPR. 여기서 ER은 아인슈타인-로젠 다리, 즉 웜홀을 뜻하고, EPR은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역설, 즉 ..
06. 블랙홀 미스터리 , 블랙홀은 정보를 영원히 삼키는가 블랙홀은 정보를 영원히 삼키는가 — 호킹과 물리학자들의 50년 전쟁물리학에는 흔들려서는 안 되는 원칙이 하나 있다. 우주에서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물리적 과정을 거치더라도, 계의 초기 상태를 알면 이론적으로는 최종 상태를 역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불에 탄 책도, 충돌한 입자도, 원칙적으로는 그 모든 정보가 어딘가에 보존되어 있다고 물리학은 말한다.그런데 블랙홀이 그 원칙을 위협한다. 블랙홀로 떨어진 물질은 돌아오지 않는다. 블랙홀이 천천히 증발해 사라지면, 그 안에 담겼던 정보도 함께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스티븐 호킹은 1976년 이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블랙홀은 정보를 영원히 삼킨다. 이 주장은 물리학의 근본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했고, 이후 50년 가까이 이어진 논쟁의 불씨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