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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미스터리

13. 암흑물질 미스터리 , 스테릴 중성미자 — 세 번째 유력 후보의 현재

스테릴 중성미자 — 세 번째 유력 후보의 현재

2014년, 여러 연구팀이 은하단의 X선 스펙트럼에서 설명되지 않는 신호를 발견했다. 에너지 3.55 keV에서 약한 X선 선이 나왔는데, 이것은 알려진 어떤 원자 전이로도 설명되지 않았다. 즉각 가설 하나가 제기됐다. 스테릴 중성미자가 붕괴하면서 나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테릴 중성미자(sterile neutrino)란 우리가 아는 세 종류의 활성 중성미자와 달리 약한 핵력도 전자기력도 강한 핵력도 느끼지 않는 가상의 입자다. 오직 중력으로만 상호작용하며, 드물게 활성 중성미자로 붕괴하면서 X선 광자를 방출할 수 있다. 이 성질이 암흑물질 후보로 주목받는 이유다.

WIMPs가 탐색 공간을 좁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스테릴 중성미자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암흑물질을 찾게 만드는 후보다. X선 망원경이 암흑물질 탐색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열었다.

 

은하단 X선 스펙트럼에서 3.55 keV 미확인 신호 — 스테릴 중성미자 후보

활성 중성미자와 스테릴 중성미자의 차이 — 왜 암흑물질 후보인가

우리가 아는 중성미자는 세 종류다.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이것들을 활성 중성미자(active neutrino)라고 한다. 약한 핵력을 통해 물질과 상호작용하며, 그 상호작용이 극히 약하지만 원칙적으로 검출 가능하다.

스테릴 중성미자는 이 세 종류 외에 존재할 수 있는 추가적인 중성미자다. '스테릴(sterile)'이라는 이름은 약한 핵력을 포함해 전자기력, 강한 핵력 어느 것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직 중력만 느낀다. 이것이 암흑물질 후보로서의 첫 번째 조건이다.

중성미자는 한 종류에서 다른 종류로 변환될 수 있다. 이것을 중성미자 진동(neutrino oscillation)이라고 한다. 스테릴 중성미자가 존재한다면, 활성 중성미자가 일정 확률로 스테릴 중성미자로 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러 중성미자 실험에서 발견된 이상 신호들이 이 방향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일부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테릴 중성미자를 암흑물질 후보로 만드는 또 다른 특성은 붕괴다. 스테릴 중성미자는 천천히 활성 중성미자와 X선 광자로 붕괴할 수 있다. 이 붕괴에서 나오는 X선의 에너지는 스테릴 중성미자 질량의 절반이다. 따라서 스테릴 중성미자가 우주에 가득 차 있다면, 그것들이 붕괴하면서 내는 X선이 은하와 은하단 방향에서 모일 것이다.

3.55 keV 선 — 발견, 논쟁, 그리고 미결 상태

2014년 불가놈(Bulbul) 연구팀과 보야르스키(Boyarsky) 연구팀이 각각 독립적으로 은하단 X선 스펙트럼에서 3.55 keV 선을 보고했다. 페르세우스 은하단, 버고 은하단, 안드로메다 은하 등 여러 방향에서 비슷한 에너지의 신호가 나왔다.

스테릴 중성미자가 이 신호를 만든다면 그 질량은 약 7.1 keV다. 두 스테릴 중성미자가 붕괴하면서 각각 절반의 에너지(3.55 keV)를 가진 X선 광자를 내기 때문이다. 이 수치가 관측된 3.55 keV 선의 설명으로 제시됐다.

물리학계의 반응은 신중했다. 신호가 실제라면 흥미롭지만, 알려진 원자 전이나 기기 효과가 신호를 모사할 가능성을 먼저 배제해야 했다. 이후 몇 년에 걸쳐 반박과 재확인이 이어졌다. 일부 관측에서 신호가 재현됐고, 다른 관측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2016년 발사된 일본의 X선 위성 히타미(Hitomi)가 페르세우스 은하단을 관측했을 때 3.55 keV 선이 보이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러나 히타미는 발사 약 한 달 만에 통신이 두절되어 충분한 데이터를 남기지 못했다. 신호의 존재 자체가 불확실한 채로 논쟁이 이어졌다.

 

스테릴 중성미자 붕괴 다이어그램 — 활성 중성미자와 3.55 keV X선 광자로 전환

스테릴 중성미자 탐색의 현재와 XRISM의 역할

3.55 keV 선의 정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스테릴 중성미자 신호라는 해석도, 알려진 과정에서 비롯된 배경 신호라는 해석도 완전히 결론 나지 않은 상태다. 황(黃) 원자의 미약한 전이선이 3.55 keV 근처에 있다는 주장도 있었고, 충분한 분해능의 관측으로 검증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2023년 발사된 X선 위성 XRISM(X-Ray Imaging and Spectroscopy Mission)이 이 문제에 새로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XRISM의 고분해능 분광기 Resolve는 이전 위성보다 수십 배 나은 에너지 분해능을 갖는다. 3.55 keV 선의 폭과 형태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기원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원자 전이선은 특정 너비를 가지고, 스테릴 중성미자 신호는 다른 특성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스테릴 중성미자 자체는 여전히 유효한 후보로 남아 있다. 온난 암흑물질(WDM, Warm Dark Matter)의 한 형태로서, 소규모 구조 문제의 일부를 CDM보다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이론적 장점도 있다. 스테릴 중성미자의 질량이 keV 수준이라면, 형성 초기에 충분한 속도를 가져 소규모 구조를 억제할 수 있다.

 

XRISM 위성 — 고분해능 X선 분광으로 스테릴 중성미자 신호 규명 시도

마무리

신호는 있었고 설명은 엇갈렸다. 아직 결론이 없다. 그것이 3.55 keV 논쟁의 현재 상태다.

스테릴 중성미자는 WIMPs나 액시온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제안된 후보다. 그것을 찾는 방법도 다르다. X선 망원경이 암흑물질 탐색기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암흑물질 탐색이 얼마나 다양한 방향으로 열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음 편에서는 암흑물질 비율의 두 극단을 보여주는 천체들을 살펴본다. 암흑물질로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암흑은하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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