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텐션과 암흑물질 — 우주 팽창률 불일치의 배후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는지를 두 가지 독립적인 방법으로 측정했다. 두 답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것이 허블 텐션(Hubble tension)이다. 우주 팽창률인 허블 상수(H₀)를 구하는 두 방법이 서로 다른 값을 주고, 그 차이는 측정 오차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벌어져 있다.
허블 텐션이란 초기 우주 관측(CMB 기반)과 현재 우주 관측(거리 사다리)에서 각각 도출된 허블 상수 값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다르다는 현상이다. 현재 두 값의 불일치는 약 5 km/s/Mpc이며 통계적으로 약 5시그마 수준이다. 이 수준은 우연한 측정 오차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 물리학계의 평가다.
이 불일치가 단순한 측정 문제인지, 아니면 표준 우주론 모델(람다-CDM)에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신호인지를 두고 논쟁이 진행 중이다. 그 빈 곳에 암흑물질의 수정이 있을 수 있고, 암흑에너지의 수정이 있을 수 있으며,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이 있을 수 있다.

허블 상수를 측정하는 두 가지 방법과 그 차이
허블 상수는 단위가 km/s/Mpc다. 1메가파섹(약 326만 광년) 떨어진 은하가 매 초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는지를 나타낸다. 이것이 우주 팽창률의 현재 값이다.
첫 번째 방법은 초기 우주에서 출발한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는 빅뱅 약 38만 년 후 방출된 빛이다. 플랑크 위성이 정밀하게 측정한 CMB의 미세한 온도 요동 패턴은 초기 우주의 물리 조건을 담고 있다. 표준 우주론 모델인 람다-CDM을 이 데이터에 맞추면 허블 상수를 도출할 수 있다. 이 방법이 주는 값은 약 67.4 km/s/Mpc다.
두 번째 방법은 현재 우주를 직접 측정한다. 거리가 알려진 천체를 기준으로 우주의 거리 사다리(distance ladder)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의 주기-광도 관계로 가까운 은하들의 거리를 재고, 그 은하 안의 Ia형 초신성(표준 촉광)을 이용해 더 먼 거리를 연장한다. 이 방법으로 아담 리스(Adam Riess) 연구팀이 측정한 값은 약 73.0 km/s/Mpc다.
두 값의 차이는 약 5 km/s/Mpc다. 절대값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각 측정의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두 값이 우연히 불일치할 확률은 매우 낮다. 통계적으로 약 5시그마 수준이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로 설명될 가능성이 수백만 분의 일 이하라는 의미다.
측정 오차인가 새로운 물리학인가 — 검증의 현재 상태
물리학자들이 먼저 점검한 것은 측정 자체의 문제다.
CMB 기반 측정은 모델에 의존한다. 람다-CDM 모델을 전제로 CMB 패턴을 해석해 H₀를 도출한다. 모델이 틀렸다면 나오는 값도 달라진다.
거리 사다리 기반 측정은 각 단계의 보정이 중요하다. 세페이드 변광성 측정에 체계적 오차가 있을 수 있고, Ia형 초신성의 표준화 가정이 문제일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은 세페이드 변광성 거리 측정을 재검증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측정한 결과를 JWST로 독립적으로 확인한 결과, 기존 값을 뒷받침했다. 체계적 오차가 원인이라는 설명의 여지가 좁아졌다.
두 방법 외에 독립적인 세 번째 방법들도 값을 내고 있다. 중력파 이벤트를 이용한 측정(표준 사이렌), 은하단 가스 성분 분석, 바리온 음향 진동(BAO) 분석 등이다. 이 방법들의 값은 대체로 두 방법 사이에 걸쳐 있어 어느 쪽을 확정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독립적인 측정들이 높은 값(73 수준)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허블 텐션과 암흑물질 수정 — 표준 모델의 어디를 바꿔야 하는가
두 값의 불일치가 측정 오차가 아니라면 표준 우주론 모델 어딘가에 빠진 것이 있어야 한다. 어디를 수정하면 두 값이 일치할 수 있을까.
제안된 해결책 중 하나가 초기 암흑에너지(Early Dark Energy, EDE)다. 빅뱅 이후 재결합 직전에 잠깐 작동한 추가적인 에너지 성분이 있다면, CMB에서 도출되는 H₀ 값이 올라갈 수 있다. 이 에너지가 재결합 이전에 사라진다는 모델이다.
암흑물질의 성질을 바꾸는 방향도 제안됐다. 자기 상호작용 암흑물질, 초기 우주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암흑물질, 또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상호작용하는 모델이 CMB 해석을 바꿀 수 있다. 이 경우 CMB에서 도출되는 H₀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안된 모든 해결책은 다른 문제를 낳는다. 초기 암흑에너지는 CMB 내 다른 관측량과 새로운 긴장을 만든다. H₀ 텐션을 해소하면서 S8 텐션(물질 분포 밀도의 또 다른 불일치)을 동시에 해결하는 모델은 아직 없다. 두 불일치를 모두 해소하는 단일한 수정이 어렵다는 점이 이 문제의 복잡함을 보여준다.

마무리
허블 텐션은 우주론의 두 가지 독립적인 관측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다. 측정 오차가 원인이 아니라면 람다-CDM 표준 모델이 완전하지 않다는 신호다. 그 빈 곳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이것이 암흑물질 미스터리 시리즈의 끝에서 남기는 질문이다. 암흑물질은 은하 회전 곡선 하나에서 시작된 문제가 아니다. 우주 구조 형성, 우주 팽창률, 관측 우주론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베라 루빈이 1970년대에 관측한 평탄한 회전 곡선에서 시작된 질문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주론의 가장 근본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암흑물질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던진 질문들은 우주론 전체의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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