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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기 미스터리

12.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매머드를 되살릴 수 있는가 — 고대 DNA 복원의 한계와 가능성

12.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 매머드를 되살릴 수 있는가 — 고대 DNA 복원의 한계와 가능성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수만 년을 잠자고 있던 털 매머드(woolly mammoth)의 사체가 녹아 나온다. 털이 그대로이고, 피부도 남아 있으며, 심지어 혈액이 채취된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로 잘 보존된 동물이라면 DNA를 뽑아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은 공상과학 소설의 소재가 아니라, 현재 실제로 진지하게 연구되고 있는 과학적 과제다.

고대 DNA 복원이란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 전에 살았던 생물의 유전 정보를 현재 화석이나 냉동 사체에서 추출해 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는 이 고대 DNA를 이용해 멸종된 매머드와 유전적으로 유사한 생물을 만들어내거나, 현존하는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아시아코끼리(Asian elephant)에 매머드의 주요 유전자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발굴된 털 매머드 — 수만 년간 냉동 보존된 원형에 가까운 사체

매머드 DNA는 얼마나 잘 보존됐는가 — 고대 DNA의 한계

DNA는 생물이 죽은 순간부터 분해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DNA 분자는 짧게 잘리고, 화학적으로 변형되며, 조각난다. 통상적인 환경에서 DNA는 수십만 년 이상 의미 있는 형태로 보존되기 어렵다. 그러나 냉동된 상태에서는 이 분해 속도가 극적으로 느려진다.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발굴된 매머드 사체 일부는 수만 년 된 DNA를 아직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보존하고 있다. 2015년에는 약 4200년 전에 살았던 마지막 매머드 개체군의 DNA가 완전히 해독됐다. 이보다 오래된 개체들의 DNA도 상당 부분 해독에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DNA의 '완전성'이다. 아무리 잘 보존된 매머드 DNA라도, 짧게 잘린 수백만 개의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춰 원래 게놈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고, 불완전한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게다가 설사 DNA 서열 정보를 완벽하게 읽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살아있는 생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보'가 되려면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DNA만 있다고 생물을 만들 수 없는 이유 — 세포의 역할

복원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이것이다. DNA는 설계도이지만, 설계도만 있다고 건물이 지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생물을 만들어내려면 그 설계도를 읽고 실행하는 분자 기계들이 필요하다.

수정란 하나를 예로 들면, 수정란 안에는 DNA뿐 아니라 그 DNA를 읽어 단백질을 만들고, 세포 분열을 조율하고, 발생을 이끄는 다양한 단백질과 RNA가 담겨 있다. 난자의 세포질에 들어 있는 이 물질들이 없으면 DNA만으로는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낼 수 없다. 복제 양 돌리(Dolly)를 만들 때도 성체 세포의 핵을 빈 난자에 이식했다. 핵이 아니라 세포 전체, 특히 난자의 세포질이 필요했던 것이다.

매머드 복원에서 이 문제는 결정적이다. 매머드 세포 전체가 살아있는 상태로 보존돼 있지 않다면, 매머드 DNA를 아무리 완벽하게 가지고 있어도 그것만으로 살아있는 매머드를 만들 수 없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매머드 세포를 발견했다는 신뢰할 만한 보고는 없다. 냉동 보존이 잘 됐다 해도 수만 년 뒤에 세포가 생리적으로 활성 상태를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대 DNA 복원 과정 — 냉동 사체에서 DNA 추출 후 염기서열 해독과 게놈 재구성 단계

매머드 복원의 현실적 경로 — 코끼리 게놈 편집

완전한 매머드를 되살리는 것이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가장 진지하게 진행되는 접근은 매머드의 특징적인 유전자를 아시아코끼리에 도입하는 방식이다.

매머드와 아시아코끼리는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 전체 게놈 수준에서 약 99.6% 유사하다. 매머드가 추운 환경에 적응하게 해준 주요 유전자들, 즉 두꺼운 지방층, 추위에 잘 작동하는 헤모글로빈, 혹한에 적합한 체온 조절 등에 관련된 특정 유전자들을 코끼리 세포에 도입하면, 매머드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생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이것을 실제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연구 그룹이 코로사우루스(Colossal Biosciences)다. 이 회사는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아시아코끼리의 배아 세포에 매머드 특성 관련 유전자를 도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목표는 완전한 매머드 복원이 아니라, 시베리아 같은 한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매머드 특성을 가진 코끼리 유사 동물을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생태학적 동기도 있다. 시베리아의 동토층이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방출될 위험이 있는데, 과거 매머드 같은 대형 초식동물이 초원을 유지하면서 토양을 밟아 눈을 압축해 지면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는 가설이 있다. 매머드 유사 동물을 시베리아에 다시 도입하면 동토층 보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도입할 동물이 충분한 수로 번식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멸종 동물 복원이 불러오는 윤리적 질문들

매머드 복원 논의는 과학적 가능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윤리적 질문을 함께 불러온다. 복원된 동물은 매머드인가, 아니면 매머드 유전자를 일부 가진 코끼리인가. 복원된 동물이 현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할 수 있는가. 아시아코끼리를 이 연구에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특히 아시아코끼리는 현재 멸종위기종이다. 매머드를 복원하려는 시도에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현존 생물을 보호하는 데 더 쓰여야 할 노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과거 DNA를 현재에 복원하는 기술 자체는 진화생물학, 유전체학, 의학에 광범위한 응용 가능성을 갖는다. 이미 멸종된 인류의 친척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게놈이 완전히 해독됐고, 이것이 현생 인류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고대 DNA 분석은 이 방향에서 이미 혁명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매머드 복원 시나리오 — CRISPR 유전자 편집으로 코끼리에 매머드 유전자를 도입하는 과정

마무리

매머드 복원은 현재 기술로는 완전한 의미의 복원이 불가능하다. DNA 서열을 완전히 읽는 것과, 그것으로 살아있는 생물을 만드는 것 사이에는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생물학적 과정들이 있다. 그러나 코끼리에 매머드 유전자를 도입하는 방향의 연구는 실제로 진행 중이며, 향후 수십 년 안에 구체적인 결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캄브리아기 미스터리 시리즈의 마지막 질문이기도 하다. 5억 년 전 폭발적으로 등장한 동물들의 역사를 뒤로 돌리거나 앞으로 이어가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과거를 복원하려는 시도 자체가, 생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 깊이 밀고 나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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