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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gold) 미스터리

01. 금 미스터리 , 금은 별도 만들지 못한다 — 중성자별과 원소

01. 금 미스터리 , 금은 별도 만들지 못한다 — 중성자별과 원소

지구에 있는 금은 지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태양도 만들지 못했다.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사건,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순간에만 금이 만들어진다. 반짝이는 장신구 하나가 수십억 년 전 우주의 폭력적인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금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금 중성자별 충돌 — 왜 별은 금을 만들지 못하는가

별은 수소를 태워 헬륨을 만들고, 헬륨을 융합해 탄소와 산소를 만든다. 이 과정을 핵융합이라 한다. 별의 질량이 충분히 크면 더 무거운 원소까지 만들 수 있다. 탄소에서 네온, 산소에서 규소, 규소에서 철까지 이어지는 사슬이 형성된다. 그런데 여기서 멈춘다.

철(원자번호 26)은 핵융합의 최종 산물이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융합하려면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별은 에너지를 내보내며 살아가는 존재인데, 에너지를 집어넣어야 하는 반응을 스스로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별도 스스로의 핵융합만으로는 금(원자번호 79)을 만들 수 없다.

금처럼 무거운 원소는 철보다 양성자가 훨씬 많다. 이런 원소를 만들려면 중성자를 원자핵에 연속으로 붙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을 중성자 포획(neutron capture)이라 한다. 중성자가 천천히 붙는 과정(s-process)은 거대한 별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이 방식으로는 금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금처럼 극단적으로 무거운 원소는 중성자가 매우 빠르게, 극히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공급되어야 만들어진다. 이것을 r-process(급속 중성자 포획 과정)라 한다.

 

별의 핵융합 원소 생성 경로 — 수소에서 철까지의 과정과 금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 개념도

중성자별이란 무엇인가

중성자별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일생을 마칠 때 만들어지는 천체다. 별이 연료를 소진하면 중심부가 폭발적으로 붕괴하면서 초신성 폭발(supernova)이 일어난다. 이 폭발로 바깥층은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고, 중심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밀도가 높은 잔해가 남는다. 이것이 중성자별이다.

중성자별의 밀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름이 약 20km에 불과하지만 질량은 태양의 1.4배 이상이다. 찻숟가락 하나 분량의 중성자별 물질의 질량이 수십억 톤에 달한다. 내부 압력이 너무 높아 원자 구조가 유지되지 못하고, 전자가 양성자에 합쳐져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물질 상태가 된다.

두 중성자별이 쌍성계를 이루며 서로 공전할 수 있다. 이 경우 중력파 방출로 인해 궤도가 점점 좁아지고, 수억~수십억 년에 걸쳐 서로 접근한 끝에 충돌한다. 이 충돌을 킬로노바(kilonova)라 부른다. 초신성보다 1,000배 밝게 빛나는 이 사건이 r-process가 일어나는 환경이다.

r-process — 금이 탄생하는 순간

킬로노바가 발생하는 순간, 온도는 수십억 도에 달하고 중성자 밀도는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이 환경에서 원자핵은 중성자를 매우 빠르게 흡수한다. 방사성 붕괴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다음 중성자가 달라붙는다. 이 연쇄 과정이 철보다 훨씬 무거운 원소들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금뿐만 아니라 백금, 우라늄, 이리듐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모두 이 과정의 산물이다.

2017년 8월, 천문학자들은 역사적인 관측을 성공시켰다. 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가 중력파를 포착했고, 동시에 전 세계 망원경이 같은 방향에서 킬로노바의 빛을 관측했다. GW170817로 명명된 이 사건은 1억 3천만 광년 거리에서 일어난 중성자별 충돌이었다. 스펙트럼 분석 결과, 이 사건에서 지구 질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금과 백금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r-process가 킬로노바에서 일어난다는 이론이 처음으로 직접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2017년 중성자별 충돌 킬로노바 GW170817 — 금과 중원소 생성을 보여주는 천문 관측 합성 이미지

지구의 금은 어디서 왔는가

지구는 약 45억 년 전, 원시 태양 주변의 가스와 먼지 구름에서 형성됐다. 이 구름에는 이미 수십억 년에 걸쳐 여러 별들이 만들어낸 원소들이 섞여 있었다. 그중에는 과거 킬로노바에서 만들어진 금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구가 형성될 때 이 금이 원시 지구 물질 속에 섞여 들어왔다.

지구가 형성 초기에 뜨거운 마그마 상태였을 때, 금은 철과 합금을 잘 만드는 성질 때문에 핵 쪽으로 가라앉았다. 지구 전체 금의 99% 이상이 지금도 도달할 수 없는 지구 핵 속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채굴하는 금은 지구 형성 이후 소행성과 운석이 충돌하면서 추가로 공급된 것이거나, 지각으로 이동한 극소량이다.

별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무거운 원소가 축적된다. 1세대 별에는 수소와 헬륨만 있었다. 그 별들이 폭발하며 무거운 원소를 뿌리고, 2세대 별은 그 재료로 형성됐다. 태양은 여러 세대를 거친 별이며, 그 주변에 형성된 지구도 긴 우주 역사가 축적된 산물이다. 손가락의 금반지 하나는 수십억 년 전 우주 어딘가에서 충돌한 두 중성자별의 잔재다.

중성자별 충돌이 금 공급의 전부인가

천문학자들은 r-process가 킬로노바에서만 일어나는지, 아니면 다른 환경에서도 가능한지를 연구 중이다. 일부 초신성, 특히 자전 속도가 매우 빠른 별의 폭발에서도 r-process가 제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그러나 킬로노바가 우주 전체 금 공급의 주된 원천이라는 것은 현재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결론이다.

우주에서 킬로노바는 매우 드물다.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서 하루에 하나 정도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고, 그 긴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킬로노바가 일어났다. 그 결과물이 은하계 전역에 흩어져 있고, 일부가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섞여 들어왔다.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금의 모든 원자는 이런 긴 여정의 끝에 있다.

 

금의 우주적 기원 — 중성자별 충돌에서 우주 공간으로 퍼진 금 원소가 태양계 형성 재료가 되는 과정

마무리

금 한 조각을 만들기 위해 우주는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하는 극단적인 사건을 필요로 한다. 어떤 별도, 어떤 행성도 스스로 금을 만들 수 없다. 지구에 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주의 긴 역사와 격렬한 사건들을 증명한다.

다음 편에서는 지구 내부의 금 분포를 살펴본다. 지구 전체 금의 99% 이상이 핵에 갇혀 있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채굴하는 금이 어떻게 지각까지 올라왔는지를 살펴본다.

 

▶ 다음 글: 지구 핵 속의 금 — 99%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