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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gold) 미스터리

03. 금 미스터리 , 금 광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열수 작용

03. 금 미스터리 , 금 광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열수 작용

지구 어딘가에 금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 지각 전체에 금이 극미량으로 균질하게 분포한다면 아무도 금을 채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금 광맥은 지구 내부의 열과 물이 수백만 년에 걸쳐 금을 특정 장소에 집중시킨 결과다. 금 광맥 형성의 핵심은 물이다.

금 광맥 열수 작용 — 물이 금을 옮기는 원리

지표면의 물은 단층이나 암석의 균열을 타고 지구 내부로 스며든다. 깊이 들어갈수록 온도가 올라간다. 지구 내부 온도는 깊이 10km마다 약 25~30°C씩 높아진다. 지하 수 킬로미터에서는 마그마와 가까워지거나 지열에 의해 물이 300~500°C까지 달궈진다.

이 온도에서 물은 보통 상태라면 끓어야 하지만, 지하 깊은 곳의 높은 압력이 물을 액체 상태로 유지시킨다. 이렇게 극도로 뜨겁고 압력이 높은 물을 열수(熱水, hydrothermal fluid)라 한다. 열수는 주변 암석에서 다양한 물질을 녹여낸다. 금도 그 중 하나다.

금은 일반적으로 물에 녹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열수 환경에서는 다르다. 황이 풍부한 열수에서 금은 황화합물 형태로 녹아들 수 있다. 금-황 착화합물(gold-sulfur complex)이 형성되어 금이 용액 상태로 이동한다. 염소 이온이 풍부한 열수도 금을 녹일 수 있다. 어떤 형태든 뜨겁고 화학적으로 활성화된 열수는 암석 속 금을 녹여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열수 작용으로 금이 단층 균열을 따라 이동해 광맥을 형성하는 지질 과정 개념도

광맥이 만들어지는 순간

열수가 지표 쪽으로 올라오면서 온도와 압력이 낮아진다. 이 변화가 결정적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열수가 물질을 녹이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압력이 낮아지면 물이 증발하기 시작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열수에 녹아 있던 금과 석영, 방해석 같은 광물들이 침전된다.

이 침전이 일어나는 장소가 단층면이나 암석의 균열이다. 이런 균열은 상대적으로 열수가 빠르게 통과하면서 압력 변화가 크게 일어나는 곳이다. 금과 석영이 섞여 균열을 채우면 우리가 광맥이라 부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석영 속에 금이 박혀 있는 금광석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과정은 순간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수십만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열수가 계속 올라오고, 조금씩 금이 쌓이면서 채굴 가능한 농도의 광맥이 형성된다. 지구 어딘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과정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인간의 시간 척도에서는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느리다.

사금과 충적 광상

광맥이 지표에 노출되면 풍화가 시작된다. 비와 바람이 암석을 부수고, 강물이 암석 조각을 운반한다. 이때 석영과 다른 광물들은 부서지고 씻겨 나가지만, 금은 화학적으로 안정하고 밀도가 높아 분해되지 않는다. 강바닥이나 침전물에 남는다. 이것이 사금(砂金)이다.

강의 흐름이 느려지는 곳, 큰 바위 뒤쪽, 강의 굽이 안쪽 같은 장소에 무거운 금이 집중적으로 쌓인다. 금 러시 시대에 팬닝(panning)으로 사금을 채집하던 것이 이 원리다. 팬에 강바닥 모래와 물을 담고 흔들어 가벼운 물질을 씻어내면, 밀도가 높은 금이 바닥에 남는다.

사금이 많이 나오는 곳을 거슬러 올라가면 원래 광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금광 개발의 상당수는 강의 사금을 따라 원래 광맥 위치를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강바닥에 사금이 쌓이는 과정 — 풍화된 금 광맥에서 사금이 형성되는 지질 일러스트

금 광상의 종류

금이 집적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열수 기원 석영 맥 광상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다른 유형도 있다.

카를린형(Carlin-type) 광상은 석영 맥이 아니라 퇴적암에 미세하게 분산된 형태다. 미국 네바다주에서 처음 발견된 이 유형은 금이 현미경으로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입자 상태로 암석에 분산되어 있다. 1960년대까지는 이런 광상을 금 광산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화학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이 광상이 채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현재 미국 최대 금 생산지가 됐다.

반암동 광상(porphyry copper deposit)은 주로 구리를 생산하는 광상인데, 부산물로 상당량의 금이 나온다. 칠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환태평양 지역에 많다. 세계 금 생산의 상당 부분이 구리 광산의 부산물이다.

오래된 변성암 지대에는 녹암대(greenstone belt) 광상이 많다. 호주, 캐나다, 남아프리카의 고대 지질 구조에서 주로 발견된다. 수십억 년 전에 형성된 이 광상들이 현재도 주요 금 생산지다.

광맥이 사라지는 이유

금 광맥의 깊이에는 한계가 있다. 열수 시스템이 지표에서 일정 깊이 이상으로는 내려가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업적으로 채굴 가능한 금 광맥은 지표에서 수 킬로미터 이내에 있다. 더 깊이 내려갈수록 금의 농도가 낮아지거나 광맥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남아프리카의 금광들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광산으로 유명하다. 3~4km 깊이까지 채굴하는데, 온도가 60°C에 달하고 막대한 냉각 비용이 필요하다. 이 깊이에서는 광맥 품위가 낮아 채굴 비용이 크게 오른다. 깊이 내려갈수록 더 적은 금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

 

세계 주요 금 광산 유형 비교 — 열수 맥, 카를린형, 반암동 광상 분포도

마무리

금 광맥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지구 내부의 열수가 금을 특정 장소에 모아놓은 결과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인류는 금을 채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광맥을 인류는 수천 년 만에 거의 다 파내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금 채굴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살펴본다. 채굴량이 정점에 달했다는 예측, 그리고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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