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gold) 미스터리

02. 금 미스터리 , 지구 핵 속의 금 — 99%가 닿을 수 없는 이유

02. 금 미스터리 , 지구 핵 속의 금 — 99%가 닿을 수 없는 이유

지구에 있는 금의 99% 이상이 지구 핵 속에 있다. 맨틀과 지각에 존재하는 금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인류가 지금까지 캐낸 금 전부를 합쳐도 수영장 서너 개 분량밖에 안 된다. 지구가 태어날 때부터 금의 대부분은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내려갔다.

지구 핵 속 금 분포 — 왜 대부분이 핵에 있는가

지구는 약 45억 년 전 형성될 때 거의 완전한 마그마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무거운 원소들은 중력에 의해 중심부로 가라앉고, 가벼운 원소들은 표면 쪽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을 지구분화(planetary differentiation)라 한다. 지구 내부가 층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금은 밀도가 매우 높은 금속이다. 세제곱센티미터당 19.3g으로, 같은 부피의 철(7.87g/cm³)보다 두 배 이상 무겁다. 뿐만 아니라 금은 철과 합금을 쉽게 만드는 성질이 있다. 마그마 상태의 지구에서 금은 철이 많은 물질과 결합해 함께 핵으로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지각과 맨틀에 남아야 할 금의 대부분이 핵으로 빠져나갔다.

이론적으로 계산하면, 맨틀과 지각에 남아 있는 금의 양은 너무 적다. 실제로 지각 1톤을 분석하면 약 0.004g의 금이 검출된다. 그런데 이 양도 이미 지구분화 이후 소행성과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추가로 공급된 양까지 포함한 수치라는 분석이 있다. 지각에서 발견되는 금은 지구 형성 이후 '늦은 충돌기(late veneer)'에 외부에서 유입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지구 내부 구조 단면 — 핵에 집중된 금의 분포를 보여주는 과학 다이어그램

지구 핵은 어떤 곳인가

지구 핵은 외핵과 내핵으로 나뉜다. 외핵은 깊이 약 2,900km에서 5,100km까지이며 액체 상태의 철-니켈 합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액체가 대류하면서 지구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내핵은 깊이 5,100km부터 지구 중심까지이며 고압으로 인해 고체 상태를 유지한다.

지구 중심의 온도는 약 5,000~6,000°C로, 태양 표면 온도(약 5,500°C)와 비슷하다. 압력은 지표면의 360만 배에 달한다. 이런 극단적인 환경에서 금은 철과 합금 상태로 녹아 있다. 현재 기술로는 지각 아래 수 킬로미터까지 채굴하는 것이 한계다. 지구 핵까지의 거리는 약 6,400km인데, 인류가 파내려 간 가장 깊은 구멍은 러시아의 콜라 슈퍼딥 보어홀로 약 12.3km에 불과하다.

핵에 있는 금을 꺼내는 것은 현재는 물론 예측 가능한 미래에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구 핵까지 들어가려면 수천 도의 온도와 수백만 기압의 압력을 견디면서 수천 킬로미터를 뚫고 내려가야 한다. 어떤 물질도 이 환경에서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

지각의 금은 어떻게 올라왔는가

지구 형성 초기에 지각과 맨틀의 금은 거의 모두 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지각에는 금이 완전히 없지 않다. 이 금은 두 가지 경로로 공급됐다는 것이 현재의 설명이다.

첫 번째는 늦은 충돌기다. 지구가 핵과 지각으로 분화된 이후, 약 38억~41억 년 전에 소행성 폭격기가 있었다. 이때 대량의 소행성과 운석이 지구에 충돌했는데, 이 천체들이 가져온 금과 백금족 원소들이 이미 굳어 있던 지각에 쌓였다. 이 금은 더 이상 핵으로 내려갈 수 없었다.

두 번째는 화산 활동과 열수 작용이다. 맨틀에 극소량 존재하는 금이 마그마를 통해 지표 가까이 이동하거나, 지하수가 뜨거운 암석을 통과하면서 금을 녹여 올리는 과정이 있다. 이렇게 형성된 광맥이 우리가 채굴하는 금의 주된 공급원이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룬다.

 

소행성 충돌로 지각에 금이 공급되는 과정 — 늦은 충돌기 개념 일러스트

지구 전체 금의 양

지구 전체에 금이 얼마나 있는지는 지구의 화학적 조성 데이터와 밀도 계산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추정치에 따르면 지구 전체의 금 질량은 약 1.6×10²¹g, 즉 약 16억 억 톤에 달한다. 이 중 99% 이상이 핵에 있다.

지각과 맨틀에 있는 금의 양만 따지면 약 수십억 톤 정도로 추정된다. 이것도 엄청난 양처럼 들리지만, 이 금이 지구 전체에 PPB(parts per billion, 10억분의 1) 단위로 균질하게 퍼져 있다. 특정 지점에 집중되어 있어야 채굴이 가능한데, 균질하게 분포된 금은 경제적으로 추출할 수 없다.

인류가 지구 역사를 통틀어 채굴한 금의 총량은 약 21만 톤으로 추정된다. 이것을 부어서 굳히면 21m 크기의 정육면체 하나 분량이다. 지구 전체 금에 비하면 극히 일부지만,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부분에서 꺼낼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거의 다 캐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맥락에서다.

다른 행성도 같은 구조인가

지구와 같이 암석 행성으로 분류되는 화성, 금성, 수성도 비슷한 분화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성들의 표면이나 지각에도 금이 소량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화성 탐사선이 채취한 암석 시료에서 금속 성분이 분석된 사례도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소행성이다. 철질 소행성(metallic asteroid)은 지구 핵과 유사한 조성을 가진 것들이 있다. 소행성 프시케(Psyche)는 금속 핵 성분이 지표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NASA가 2023년 탐사선을 발사해 2029년 도착 예정이다. 이 소행성의 금속 자원 총량이 지구 전체 GDP의 수만 배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지만, 이것을 지구로 운반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소행성 프시케 탐사 — 금속 성분이 풍부한 소행성과 NASA 탐사선

마무리

지구에 있는 금의 거의 전부는 우리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지구 핵에 갇혀 있다. 우리가 채굴하는 금은 소행성이 가져다준 것이거나 지각에 올라온 극소량이다. 인류가 이제까지 모은 금이 수영장 서너 개 분량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금이 얼마나 희소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음 편에서는 그 희소한 금이 어떻게 지각 특정 장소에 모이게 되는지를 살펴본다. 금 광맥이 만들어지는 열수 작용의 원리다.

▶ 이전 글: 금은 별도 만들지 못한다 — 중성자별 충돌과 원소의 탄생
▶ 다음 글: 금 광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열수 작용과 금의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