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금 미스터리 , 제임스 웹 망원경과 금 — 망원경이 금을 쓴 이유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은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우주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의 주거울은 황금빛으로 빛난다. 거울 전체에 금이 코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름 6.5m의 거대한 거울을 금으로 덮는 데 사용된 금의 총량은 골프공 하나 무게도 안 된다. 그런데 왜 금인가.
제임스 웹 망원경 금 코팅 — 적외선을 잘 반사하는 유일한 이유
제임스 웹 망원경이 보고 싶은 것은 우주 탄생 직후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은하들이다. 이 은하들은 우리에게서 수백억 광년 거리에 있다. 빅뱅 이후 빠르게 멀어지면서 그 빛도 함께 늘어났다. 빛의 파장이 늘어나는 것을 적색편이(redshift)라 한다.
원래 가시광선이나 자외선으로 출발했던 빛이 수십억 년을 날아오는 동안 파장이 길어져 적외선이 된다. 그래서 제임스 웹의 주된 관측 목표는 근적외선(near-infrared)과 중적외선(mid-infrared) 영역의 빛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주로 가시광선을 관측했다면, 제임스 웹은 그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을 본다.
거울은 목적에 따라 코팅 재료를 선택한다. 가시광선을 보는 망원경은 알루미늄을 코팅한다. 알루미늄은 가시광선 반사율이 매우 높다. 지상 대형 망원경들이 알루미늄 코팅을 쓰는 이유다. 그런데 금은 적외선 반사율에서 특별히 뛰어나다. 파장 1~5마이크로미터 영역의 근적외선에서 금의 반사율은 99%에 육박한다. 금이 좋아하는 파장이 제임스 웹이 보고자 하는 파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은보다 금이 나은 이유
적외선 반사율만 놓고 보면 금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 은이다. 은의 적외선 반사율은 금보다 높다. 그런데 제임스 웹은 금을 선택했다. 이유는 화학적 안정성이다.
은은 화학적으로 불안정하다. 공기 중의 황 화합물과 반응해 황화은이 생성되면서 표면이 검게 변한다. 지구 대기에서는 주기적으로 재코팅이 가능하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한 번 코팅한 것이 전부다. 제임스 웹은 태양과 지구로부터 150만 km 떨어진 라그랑주 2(L2) 지점에 있다. 발사 후 수리는 허블처럼 지구 궤도 내에 있어야 가능하지만, 제임스 웹은 너무 멀리 있어 수리 임무 자체가 불가능하다. 처음 코팅한 거울이 10년 이상 우주 환경에서 반사율을 유지해야 한다. 이 조건에서 은은 신뢰할 수 없다.
금은 우주 환경에서도 산화되지 않는다. 진공 상태의 우주 공간, 태양 복사, 극한의 온도 변화(JWST는 영하 233°C에서 작동)에서도 금 코팅은 반사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안정성과 적외선 반사율 두 가지를 모두 고려했을 때 금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베릴륨 거울 위에 금 50g
제임스 웹의 주거울은 18개의 육각형 세그먼트로 이루어진다. 각 세그먼트는 베릴륨(beryllium)으로 만들어졌다. 베릴륨은 원자번호 4번으로 금속 중에서 매우 가볍고 강하다. 지구 중력에서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무게가 중요하다. 같은 크기의 유리 거울이라면 훨씬 무거워서 발사 자체가 어렵다.
베릴륨은 극독성 물질이다. 베릴륨 분진이나 증기를 흡입하면 베릴륨병(berylliosis)이라는 만성 폐질환이 생긴다. 지상 대형 망원경에는 사용하지 않는 이유다. 우주로 보내는 망원경에만 이 위험성을 감수하고 사용한다. 가볍고 강하다는 성질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베릴륨 거울 세그먼트 위에 금을 코팅했다. 6.5m 직경의 전체 거울 면적을 코팅하는 데 들어간 금의 총량은 약 48g이다. 골프공 하나가 약 46g이니, 거의 정확히 골프공 하나 무게다. 가로 세로 10cm 크기의 얇은 금박으로 거울 전체를 덮은 셈이다.

적외선 천문학이 보는 것
제임스 웹이 금 코팅 거울로 관측하는 세계는 무엇인가. 적외선은 파장이 길어 우주의 먼지 구름을 가시광선보다 잘 통과한다. 가시광선으로는 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별들의 탄생 장면이 적외선으로 보인다. 2022년 공개된 첫 번째 이미지 중에는 가스 기둥에서 새 별이 탄생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 있었다.
먼 은하들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어떤 원소가 있는지, 온도는 어떤지,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외계행성 대기 성분 분석에서도 제임스 웹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적외선 영역에서 많은 분자들이 특징적인 흡수 선을 갖기 때문에 메탄, 이산화탄소, 수증기 같은 성분을 원격으로 감지할 수 있다.
허블이 보지 못한 빅뱅 이후 수억 년 시점의 초기 은하들이 제임스 웹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 은하들의 발견은 우주 초기 별과 은하 형성에 대한 이론을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초기 우주에 예상보다 훨씬 크고 질량이 많은 은하들이 존재했다는 것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금 코팅의 두께
제임스 웹 거울에 코팅된 금의 두께는 약 100nm다. 1nm는 10억분의 1m다. 사람 머리카락 두께가 약 70,000nm이니, 금 코팅 두께는 머리카락의 70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렇게 얇은 금 층이 적외선을 99% 반사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금이 원자 몇 개 두께에서도 고유한 반사 특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마무리
제임스 웹의 금 코팅은 우주 탐사와 금의 물성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적외선 반사율과 화학적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금을 최선의 선택으로 만들었다. 골프공 하나 무게의 금이 인류가 본 가장 멀리 있는 은하들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금이 일상의 전자기기에 어떻게 들어가는지를 살펴본다. 스마트폰 안에도 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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