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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gold) 미스터리

09. 금 미스터리 , 전자제품 안의 금 — 스마트폰에 금이 들어가는 이유

09. 금 미스터리 , 전자제품 안의 금 — 스마트폰에 금이 들어가는 이유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안에 금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적은 양이지만, 스마트폰이 작동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금이다. 세계에서 매년 15억 대 이상의 스마트폰이 판매된다. 이 모든 스마트폰에 금이 들어간다. 전자제품 산업이 세계 금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금의 전기적·화학적 특성이 다른 어떤 금속으로도 완벽히 대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금 사용 이유 — 산화되지 않는 전도체

전자 회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가 잘 통하는 것이다. 전기 전도성이 좋은 금속으로는 은, 구리, 금이 대표적이다. 이 중 전기 전도성만 놓고 보면 은이 가장 좋고, 다음이 구리, 그다음이 금이다. 그런데 전자제품에는 금이 사용된다.

이유는 앞서 살펴봤던 산화 문제다. 구리는 전도성이 좋고 저렴하지만 산화된다. 구리 표면에 산화막이 형성되면 전기 저항이 높아진다. 전선이나 대형 부품에는 구리가 적합하지만, 접촉 단자처럼 정밀하게 전기를 전달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산화 문제가 치명적이다. 은도 황화반응으로 변색되어 접촉 저항이 높아진다.

금은 산화되지 않는다. 수십 년이 지나도 금 단자의 전기 저항은 처음 그대로다. 이것이 전자 부품의 핵심 접촉 부분에 금이 사용되는 근본 이유다.

 

스마트폰 분해 내부 구조 — 회로 기판의 금 단자와 금 와이어 본딩 부분 확대

스마트폰 어디에 금이 있는가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금의 양은 약 0.03g에서 0.05g이다. 고급 스마트폰은 더 많이 사용한다. 이 금이 어디에 있는지는 보통 보이지 않는다.

SIM 카드 슬롯의 접촉 단자가 노란빛을 띠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금 도금이다. 유사하게 메모리 카드 단자, 헤드폰 잭 단자, 충전 커넥터 접촉 부분에도 금 도금이 사용된다. 이 부분들은 기기가 사용되는 동안 수천 번 이상 전기 접촉이 이루어지고, 수분과 공기에 노출된다. 산화 없이 안정적인 전기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

가장 많은 금이 사용되는 부분은 반도체 칩 내부의 와이어 본딩이다. 반도체 칩과 회로 기판을 연결하는 매우 가는 금속선(와이어)이 있는데, 이것이 금으로 만들어진다. 지름이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금 선으로 반도체 칩의 수백 개 전극을 회로 기판과 연결한다. 금이 아닌 다른 금속으로는 이 연결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컴퓨터와 서버에도 금이 있다

PC의 마더보드, 그래픽카드, 메모리 모듈의 슬롯 접촉 부분이 황금색인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것도 금 도금이다. 이런 부품은 교체나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여러 번 착탈된다. 착탈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고, 접촉면이 산화되거나 손상되면 전기 신호 전달이 불안정해진다. 금 도금이 이 안정성을 확보한다.

서버에는 더 많은 금이 사용된다. 고성능 서버는 수천 개의 커넥터와 접촉 단자를 갖는다. 서버 시설은 24시간 운용되며, 단 하나의 접촉 불량도 시스템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높은 신뢰성을 위해 더 두꺼운 금 도금이 적용된다.

항공우주, 군사, 의료 분야 전자 장비에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극단적인 온도 변화, 진동, 습도, 방사선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수십 년간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분야에서는 소비자 기기보다 훨씬 두꺼운 금 도금이 사용된다.

 

반도체 칩 와이어 본딩 — 현미경으로 본 금 와이어가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모습

세계 금 수요에서 전자 산업의 비중

세계금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전자 산업의 금 수요는 연간 약 250~300톤이다. 전체 금 수요의 약 7~8% 수준이다. 보석(약 50%)이나 투자(약 30%)보다는 낮지만, 전자 산업의 수요는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스마트폰, 태블릿, 서버,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 금이 사용되는 전자기기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기차 한 대에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많은 전자 부품이 들어간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 모터 제어 장치, 각종 센서들이 모두 전자 부품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전자 산업의 금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자 폐기물에서 금 회수하기

스마트폰 1톤에는 약 300~400g의 금이 있다. 일반 금 광석 1톤의 금 함유량이 1~5g인 것과 비교하면, 전자 폐기물이 훨씬 높은 금 농도의 '광석'이다. 이것을 폐전자기기에서 금속을 회수한다는 의미로 도시 광산(urban mining)이라 한다.

그러나 폐전자기기에서 금을 실제로 꺼내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회로 기판에는 금, 은, 구리, 납, 주석, 탄탈럼 등 다양한 금속이 섞여 있다. 이것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산을 사용하면 유해 화학물질이 발생한다. 환경 규제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전자 폐기물을 노천에서 소각하거나 강에 투기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면서 중금속 오염이 발생한다.

선진국에서는 전자 폐기물 재활용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폐가전 무상 수거 제도가 있고, 일정 규모 이상 전자 폐기물은 의무적으로 수거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렇게 모인 전자 폐기물에서 금, 은, 구리 등을 회수하는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전자 폐기물 도시 광산 — 회로 기판에서 금을 추출하는 현대 재활용 공정

마무리

스마트폰에 금이 들어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금이 산화되지 않으면서 전기를 잘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 특성을 갖춘 금속이 없다면 현대 전자기기는 지금처럼 오래 사용할 수 없다. 전자 산업의 확장과 함께 금 수요도 계속 증가하는 구조는, 금 채굴이 감소하는 상황과 맞물려 금의 희소성을 더욱 강화시킨다.

다음 편에서는 금의 역사로 돌아간다.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금을 특별하게 여긴 이유, 태양신과 황금의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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