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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gold) 미스터리

07. 금 미스터리 , 금을 만들 수 없는 이유 — 연금술이 실패한 과학

07. 금 미스터리 , 금을 만들 수 없는 이유 — 연금술이 실패한 과학

수천 년 동안 인류의 꿈이었다. 값싼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 아랍의 연금술사들, 유럽 중세의 연금술, 뉴턴도 비밀리에 연금술을 연구했다. 그들 모두 실패했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은 원소다. 화학 반응으로는 원소를 바꿀 수 없다.

연금술 금 합성 불가능 — 왜 화학으로는 원천적으로 안 되는가

화학 반응은 원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고 분리되는 과정이다. 화학 반응에서 원자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해 물이 되어도,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는 여전히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다. 원소 기호가 바뀌는 일은 화학 반응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금은 원자번호 79번 원소다. 금 원자는 원자핵에 양성자 79개가 있다. 이 숫자가 바뀌어야만 금이 아닌 다른 원소가 되거나, 다른 원소가 금이 된다. 양성자 수를 바꾸려면 원자핵을 건드려야 한다. 이것은 화학 반응의 영역이 아니라 핵반응의 영역이다.

중세 연금술사들이 시도한 방법들, 즉 금속을 녹이고 섞고 가열하고 산에 담그는 모든 과정은 화학 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원자의 전자 배열은 바뀔 수 있지만 양성자 수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납 원자 하나는 어떤 화학 처리를 해도 영원히 납 원자다.

 

연금술에서 현대 화학으로 — 납을 금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리

핵반응으로는 가능한가

원자핵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핵반응에서는 양성자 수가 변한다. 핵분열, 핵융합, 방사성 붕괴가 모두 핵반응이다.

이론적으로 납(원자번호 82)에서 양성자 3개를 제거하면 금(원자번호 79)이 된다. 또는 백금(원자번호 78)에 양성자 1개를 추가하면 금이 된다. 이런 반응은 실제로 원자핵 충돌 실험에서 일어난다.

1980년 글렌 시보그(Glenn Seaborg)의 팀이 비스무트 원자에서 핵반응으로 금 원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은 입증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금은 원자 몇 개에 불과했고, 이것을 만드는 데 사용한 에너지 비용은 그 금의 시장 가격을 수조 배 초과했다.

금 원자 하나를 핵반응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방사성 핵종 빔을 이용한 입자 가속기 실험에서 소모되는 수준이다. 현재 기술로 1g의 금을 이 방식으로 만들려면 지구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수천 배를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있다. 경제적으로 의미가 없다.

원소의 한계 — 파인만 한계

원자번호가 높아질수록 원자핵의 양성자가 늘어나고, 원자핵 주변 전자들에 대한 인력이 강해진다. 이전에 다뤘던 것처럼, 내부 궤도 전자들은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게 된다.

리처드 파인만은 원자번호 137이 특별한 한계값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번호 137의 원소에서는 가장 안쪽 궤도의 전자가 광속으로 움직여야 한다. 광속을 초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이론적으로 원자번호 137을 초과하는 원소는 안정된 전자 배열을 가질 수 없다. 이 숫자를 파인만 한계(Feynman point)라 부른다.

실제로 현재까지 발견되거나 합성된 원소의 최고 원자번호는 118번(오가네손)이다. 원자번호가 높은 원소들은 모두 극도로 불안정하고 방사성을 띠며, 수명이 매우 짧다. 원소가 많아진다고 해서 더 유용해지는 것은 아니다.

 

핵반응으로 납을 금으로 변환하는 원리 — 양성자 제거 과정과 실제 에너지 비용

연금술의 현대적 유산

연금술은 실패했지만 완전히 쓸모없지 않았다. 연금술사들의 실험 과정에서 화학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다양한 물질을 혼합하고 반응시키면서 산, 알칼리, 금속 화합물에 대한 지식이 축적됐다. 증류, 여과, 결정화 같은 실험 기법도 연금술에서 발전했다. 연금술이 없었다면 근대 화학의 시작이 늦어졌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뉴턴은 물리학과 수학의 업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노트에는 연금술 실험 기록이 방대하게 남아 있다. 그는 평생 연금술에 관심을 두었다. 당시 연금술과 자연 철학(오늘날의 과학)의 경계는 지금처럼 명확하지 않았다. 뉴턴의 연금술 실험 기록은 수은 중독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다이아몬드는 합성됐지만 금은 다르다

다이아몬드는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됐다. 탄소에 고압과 고온을 가하거나 CVD(화학기상증착) 방식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실험실 합성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화학적으로 동일하며, 가격이 크게 낮아지면서 보석 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금은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 합성은 화학 반응이다. 탄소 원자들을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로 재배열하는 것이다. 원소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금을 만들려면 원소를 바꾸어야 한다. 그것은 핵반응이 필요하고, 현재 기술로는 경제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다. 금의 공급 측면에서 합성 대체재는 없다.

 

다이아몬드 합성 성공 vs 금 합성 불가능 — 화학 반응과 핵반응의 차이 비교 다이어그램

마무리

금을 만들 수 없는 이유는 금이 원소이기 때문이다. 원소를 바꾸는 것은 화학의 영역이 아니라 핵물리학의 영역이고, 현재 기술로 핵반응을 통한 금 생산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천 년의 연금술 역사는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지속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대 화학의 기초가 쌓였다.

다음 편에서는 금이 실제로 첨단 기술에 얼마나 깊이 사용되는지를 살펴본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금으로 거울을 코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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